장애여성의 문화권 보장을 위해 각종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문화공연시설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곽지영 숭실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4일 서울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주최로 열린 ‘제12회 한국여성장애인대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곽지영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헌법 및 장애인인권헌장에 문화에 대한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문화향유권을 규정하면서도 의무성이 없어 실제 장애인의 문화 및 정보 접근성이 잘 이뤄지는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문화가 한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문화예술 등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수화통역서비스 의무화 ▲문화·정보접근권 개정 ▲문화공연시설 법적 근거 마련·강화 등을 주장했다.

강미애 한국시각장애여성회 부대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홈페이지 접근인증을 받은 곳은 18곳 뿐이며 45곳의 미술관 및 박물관을 조사한바 15곳만이 이 인증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관 마저 161곳의 전국 시·도립 장애인복지관 중 인증을 받은 곳은 37곳에 불과했으며 인증 신청 중인 곳은 17곳, 나머지 107곳은 인증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부대표는 “영화에 경우 2010년 한 해 동안 극장에서 상영된 한국영화는 168편인데 그 중 화면해설이 이뤄진 영화는 고작 10여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4월 11일부터 시행중인 웹접근성 준수 의무화 내용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확실히 지켜질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감시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영희 한국청각장애여성회 대표는 “정보문화시대에 청각장애인들은 시각적으로만 정보를 습득하는 한계로 인해 정보문화에서 소외되는 삶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보화시대에 문화적 소외감은 물론 정보장애까지 겪는다”고 호소했다.

안영희 대표는 “청각장애여성 또한 건강, 의학, 취미, 요리, 홈쇼핑, 육아 등 방송매체를 통한 상식과 교양 폭을 넓히는 기회가 필요하며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수화통역 배치 및 문자통역서비스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그 밖에도 수화통역 및 문자통역이 준비돼 있는 청각장애인 전용 공간, 미술전람회 및 무용공연 등 각종 예술 행사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수화통역사 배치, 청각장애인 대상 스마트폰 사용교육, 청각장애여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등을 촉구했다.

한편 곽지영 교수에 따르면 여성장애인 중 혼자서 외출이 가능한 경우는 전체의 82.3%였으며 외출하는 이유는 통근·통학 23.6%, 산책 22.2%, 병원진료 17.8%, 이웃방문 14.8%, 행사참여 13.5%, 여행 0% 등이었다.

여성장애인들의 문화여가활동에 대해 알아본 결과로는 TV시청이 95.3%로 가장 높았으며 가사잡일 70.6%, 사교 54.8%, 외식·쇼핑 등 34.6%, 휴식 33.8%, 독서·신문읽기 19.5%, 컴퓨터 또는 인터넷 16.3% 순이었다.

문화향유권과 가장 관련이 깊은 여행은 5.2%에 불과했으며 창작적 취미는 4.2%로 조사됐다.

문화여가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불만족이 50%였으며 불만족의 주된 이유는 체력부족 50.3%, 경제적 부담 26.9%, 취미 부재 8.7%, 시간 부족 6.1% 등으로 나타났다.

또 장애문화 예술인의 창작활동 관련 월평균 지출액은 10만원 이하 44.4%, 없음이 19.6%, 11~20만원 19.6%, 31~50만원 10.1% 순으로 창작활동에 대한 투자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엄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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