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정신보건법의 명칭을 정신건강증진법으로 변경하면서 법적 정신질환의 범주를 축소하고 정신건강증진사업 규정신설, 전 국민 정신질환 조기발견 체계구축, 국립정신건강연구기관 설치 등을 새로운 내용을로 담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을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전국민의 정신건강증진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오랜 기간 정신장애로 어려움을 겪었던 정신장애인들의 인권 강화,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살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권리와 지원의 강화, 이를 위한 국가 예산의 편성 등의 의견은 전체적으로 무시 되고 있다.

정부는 정신질환의 범위를 ‘일상생활에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축소함으로써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해소하겠다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전 국민적 인식개선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한 정신질환 범위축소로 인해 정부에서 주장하는 낙인과 사회적 차별 해소가 될 가능성은 크게 없어 보이며, 오히려 축소된 정신질환의 범주에 포함되는 정신장애인들의 사회적 낙인은 더욱 더 고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는 축소된 정신질환의 범주에 속하지 못한 기존의 정신장애인들은 최소한의 복지서비스마저 받지 못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추정 정신장애인수는 약 11만5000명이다. 정신의료기관의 입원 병상수는 2011년 연말 현재 8만245병상이며, 일정시점에 7만 여명이 입원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감금 규모는 모든 유형의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의 3배가 넘고 시설 당 이용자의 규모도 일반적인 장애인거주시설에 비해 훨씬 대형화돼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의 법의 목적에서 ‘사회복귀’에 대한 용어가 삭제된 것은 정부가 강금되어 있는 정신장애인들의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비판받고 있는 강제입원치료(2009년 캐나다법원은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인권상황을 이유로 한국인 정신질환자의 난민신청을 수용함) 중심 정신보건체계를 더욱 공공하게 하려한다는 불신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정안 36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조항은 최초 입원 심사 기간만을 2개월로 단축하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요건을 다소 강화하였다고 선전하지만, 이러한 규정으로 정신장애인의 비자발적 입원이 감소하리라 기대할 수 없다. 여전히 입원에 대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은 여전히 무시되고 있으며, 사실상의 장기입원을 허용하는 구조를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비자발적 입원 시 심사주체 등 그 요건을 강화하고, 입원기간 상한선을 현행 6개월에서 대폭 축소하며, 계속입원심사주체의 공정성 등의 혁신이 없으면 현재의 비인권적인 입원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신보건예산의 90%가 장기입원 등 의료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정안에 말하는 국민정신건강연구기관의 신설이 기존의 정신보건주류 정책과 같이 뇌과학연구 등 의료적 치료에만 집중하면서, 전인격적인 정신건강증진이나 정신장애인의 삶의 개선을 도외시하는 또 하나의 낡은 틀이 되어서는 안된다. 입원비 중심의 예산의 불균형을 개선하고, 입원해 있는 정신장애인 대부분이 살 곳이 있고, 사회적 지지체계가 있으면 충분히 시민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정신장애인의 탈원화와 지역사회 생활을 실질적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권리와 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우리 시민단체 연대회의는 이러한 현실 인식의 기반 아래 보건복지부의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반대하고, 정신장애인의 인권보장과 권리증진을 충분히 규정하는 법률로서의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한다.

기존 정신보건법은 국민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장애인의 권리와 지원에 관한 내용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국민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정신질환자 범위축소 만으로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낙인과 편견, 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다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보다 광범위하고 실효성 있는 인식개선사업을 실행해야 한다.

정부는 즉시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국가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정신장애인의 자유의사가 존중되는 입·퇴원제도 개선 등 정신장애인의 인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입,퇴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정신장애인이 격리되거나 고립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입원비 중심의 재정지원체계를 개선하고, 건강, 주거와 돌봄, 직업과 소득보장, 여가와 문화, 참여와 권리옹호 등의 포괄적인 권익증진과 지원을 보장하여야 한다.

2013년 7월 29일

광진주민연대, 마들주민회, 서울시민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푸른시민연대, 희망행정네트워크

엄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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