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CF와 영화 드라마에서 엑스트라로 열연중인 황복순(72세)氏

주름살 매력 발산 -노인모델

"엑스트라? 그런게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죠"
평생 물건을 팔면서 먹고살았기 때문에 그저 할 줄 아는 것은 남들보다 물건 잘 파는 재주밖에는 없었다던 황복순氏(72세).
그는 복지관을 통해 엑스트라로 열연하는 한 할머니를 보고 혼자서 기획사를 찾아 면접을 봤다고 했다. 하지만 면접을 보기까지도 그리 호락호락한 시간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는 사람의 소개도 없었고 '어디쯤에 있더라'라는 귀동냥을 가지고 찾아 나선 길이라 6번을 시도했지만 때마다 번번이 실패만 거듭했고, 포기할까 망설이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찾아가 보자는 시도 끝에 지금의 할머니가 있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태극기휘날리며'에서 상인으로 처음 데뷔를 했다. 물론 단역에 대사도 얼마 없는 엑스트라역할이었지만 "구경도 시켜주고 시키는데로 하면 끝나고 돈도 주니 일할 맛이 나더라"고 전했다. 물론 적지 않은 연세 때문에 무리한 일은 웬만하면 피하지만 워낙 사람 많은 것을 좋아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어려움보다는 즐거움이 더 많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연기학원에 다니며 연습중인 황씨는 프로필 사진까지 준비하는 열정으로 남은 삶은 즐기고 있었다

할머니가 하루 출연하고 받는 돈은 시간에 따라 일정치 않지만 아침부터 오후까지 일했을 때 3만원, 밤 8시를 넘으면 5만원에서 8만원가지 받는다. 얼마전에는 영화 '괴물'촬영을 위해 2박 3일간 밤샘 연기를 했는데 고단한 일정 속에서도 영화 촬영 자체가 신기하고 연예인들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재밌다고.
할머니는 최근 대학생들이 만든 단편영화 "마지막밥상"에서 주인공을 맡기도 하셨는데 "주인공 해보니 단역보다 대사외우는게 힘들어서 그렇지 훨씬 재밌다고" 속내를 밝히며 지금은 연기에 대한 욕심 때문에 주말에는 학원까지 다니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하는 일은 이것에 그치지 않는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복지관 물리치료봉사활동은 빼먹지 않았는데 "건강할 때 하는 봉사는 자랑거리가 아니다"라는 말속에는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지혜와 함께 인생은 70부터라는 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지하철은 우리가 지킨다 - 안전지킴이

신도림역에 가면 지하철 안전도우미로 활동하고 계신 건장한 어르신들이 있다.

 
스크린도어가 한참 설치 중인 신도림역과 합정역에 가면 휴지를 함부로 버려도 안되고, 난간에서 위험한 행동을 취해서도 안된다. 이유 7시부터 밤11시까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두눈 부릅뜨고 있는 안전지킴이 어르신들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62세가 되는 오氏는 5개월째 안전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구청이나 철도공사측 소속일 듯 싶으나 이들은 교대역과 신도림역, 합정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있는 (주)PSS텍 소속이다. PSS텍 최안남 과장은 "시운정동안 승객의 안전을 위해 고용한 노인들이며 젊은이들보다 시간약속과 근무태도가 성실한 고령자를 선택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노인들이 젊은이들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력에는 뒤떨어질지도 모르나 근면, 성실이라는 점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인재라는 소리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오전반이고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근무하는 팀이 오후반으로 분류된다. 하루 8시간, 수백명의 사람들이 드나들고 붐비는 곳에서의 위험은 순식간에 이뤄진다.
"술취한 승객이 내리지 않고 있으면 가서 깨우기도 하고, 술이 깰때까지 지하철내에서 쉬게도 하죠. 가끔 은연중에 담뱃불을 붙이는 사람이 있는데 가서 불 좀 꺼달라고 하면 어른이 하는 말로 듣고 곧잘 바로잡곤 합니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건강한데 집에서 놀면 뭐하는 반문을 하는 오씨는 그렇게 번 돈으로 손자들 맛있는것도 사줄 수 있고, 먹고싶은 것 사고 싶은 것도 살수 있어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단, 일당제로 진행되는 일이다 보니 특별히 정해진 쉬는 날은 없다. 사정이 있거나 힘이 들면 각자 알아서 스케줄을 조정해 쉬게 된다. 빨간 지휘봉으로 "오∼케이"이를 외치며 이상무!를 점검하는 어르신의 목소리에서 지하철 안전에 대한 믿음이 전해졌다.

서희정 기자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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