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 사회복지학부 신은주 교수

아이를 무척 좋아해서 조카 둘을 실제적으로 키워준 내 동생은 결혼 후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자신의 아이를 낳겠다는 결단을 내리지 못해 시댁 어른들의 걱정 어린 말씀을 듣고 있다.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일과 가정 중에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거나, 아이를 낳은 후의 여유로운 시기는 노년기 밖에 없다는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하자. 지금 우리의 환경은 어떠한가? 

유치원 때부터 시작한다는 입시전쟁,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지는 현실, 정규직으로 들어간다 해도 언제 짤릴지 모르는 구조정의 덫, 사각지대가 너무 많아 복지의 안전망에 걸리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다는 우리의 복지현실 등을 생각하면 어떻게 또 하나의 생명을 한국사회에 살게 한다는 것이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의 결정이냐고 항변하는 동생의 말을 들으면서 사회복지학자로서 다시금 우리의 저출산 정책 및 더 나아가 복지제도의 한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출산수당을 준다거나 보육시설의 확충 등의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저출산은 현재의 자신의 미래와 함께 미래의 자녀에 대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재생산과 관련해 여성들이 선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일과 자녀를 돌보는 일을 양립할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기도 하지만 , 또한 자신의 노후의 안전망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녀가 미래의 노후를 의탁할 안전한 자원이 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만만치 않은 양육과 교육비용을 별다른 노후대책 없이 감당한다는 것은 자신의 노후를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보살핌 노동의 가치 및 “보살핌의 위기”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살핌의 위기는 간단히 말하면 국가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어 나가려면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가 요구되며, 고령화 , 저출산의 특징을 보이고 있는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은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인구는 늘어나는데 바로 그들을 돌볼 인구는 적어지고 있다는 어려움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보살핌의 책임이 가족, 특히 여성가족원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있다는 생각을 사회가 받아 들이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보살핌의 사회화가 늦어진 데는 크게 두 가지 논리가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보살핌은 원칙적으로 가족들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둘째는 경제발전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데서 오는 반대이다.

현재 보육예산에 많은 재원이 할당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살핌의 사회화가 현실화되기 위한 우선적인 정책적 과제는 보살핌의 사회화에 대한 공동체적인 합의를 마련하고 그것의 정당성의 기초를 단단히 마련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귀여운 사촌동생을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의 소망이 올해에는 꼭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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