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제빵사 최정인 씨.

시각장애인 제빵사 최정인(42) 씨의 소박한 꿈이다.

선천성 백내장으로 한쪽 눈에만 시력이 조금 남아있는 최정인 씨는 올해 처음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작된 ‘베이커리창업훈련’의 첫 교육생이다.

시각장애 때문에 취업이 힘들어 집안에서만 무기력하게 생활해 온 그녀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베이커리교육 공지를 보자마자 수강을 신청했다.

“오랫동안 집에만 있다 보니까 우울증도 생기고 힘들었는데, 베이커리창업훈련을 통해 뭔가를 배우면서 새로운 희망을 찾았어요. 처음엔 식빵 만드는 것도 신기했는데, 이제는 쿠키와 머핀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평소 빵을 좋아해 제빵에 관심이 많았다는 최정인 씨는 빵을 만드는 데 있어 눈으로 익히기보다 향과 맛, 소리 등으로 감을 익히며 교육을 받아왔다. 교육 외에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무엇이든 물었다. 사고의 위험 때문에 사용을 금지했던 오븐도, 직접 사용해보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도전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6개월간의 교육이 끝나고 이제는 단팥빵, 케익, 머핀, 쿠키 등 제과·제빵 각 분야에서 24가지 이상의 종류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최정인. 갖은 노력 끝에 마침내 그녀는 지난 7월 교육생 중 처음으로 제과·제빵 2개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김정숙 강사는 “처음엔 시각장애인들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잘 따라와 줘서 놀랐다”며 “특히 어려운 시험 두 개를 한 번에 합격하는 것을 보고 비장애인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제과점에 취업해 맛있는 빵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최정인. 자신이 만든 빵을 아이들과 이웃에게 나눠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는 그녀는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바로 7년 전 쯤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게 살고 있을 때 얼굴도 모르는 후원자로부터 크리스마스 케익을 선물 받은 것처럼 꼭 맛있는 케익을 만들어서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선물을 하고 싶은 것이다.

베이커리창업훈련 1기.

최정인 씨처럼 달콤한 파티쉐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조금은 특별한 교육생들이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한 제과제빵학원에 모여 있다.

더듬더듬 손의 감각을 이용해 밀가루를 반죽하고, 냄새를 맡으며 빵의 굽기 정도를 측정해보는 사람들. 바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베이커리 창업훈련’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 교육생들이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장애인근로사업장에서는 올해 1월부터 신규직업재활훈련으로 ‘베이커리 창업훈련’을 시작했다.

김미경 복지관 관장은 “바리스타 훈련을 처음 시작할 때도 걱정이 많았지만 모두 기우다”며 “시각장애인들 스스로 자립의 의지와 목표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베이커리창업훈련도 기대 이상으로 매우 잘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제과제빵 훈련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많지만, 베이커리 대부분의 과정은 대부분 반죽이나 성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기 사용이 용이한 시각장애인들에게 매우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를 위한 커피전문점 ‘카페모아’를 운영하고 있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이번에도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과·제빵 훈련’의 기회를 마련해 안마사에 한정된 시각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넓히기 위해 또 한 번 신규 일자리창출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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