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지는 갈수록 늘어만 가는 수많은 사건사고들의 소식들에 자신도 모르게 잠시 머뭇거리다가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엽기적이기까지 한 사고들과 생사를 건 결정에서 너무나도 쉽게 자신이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우리나라의 연간 사망자는 지난 1990년 187,159명에서 2002년 489,383명으로 증가했고, 이 중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은 1990년 한해동안 3166명이었던 것이 2002년에는 8631명으로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볼수 있다.

또,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0년부터 2002년까지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총 72,782명 (남성: 50,795 vs. 여성: 22,142)이었으며, 자살건수를 일평균으로 계산할 경우 지난 1990년 8.8명에서 2002년 18.7명 (81%), 2003년 23.3명 (165%)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고, 현재도 자살 건수가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밤 충남에서는 일가족 4명이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저수지 아래로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운전자인 강씨와 부인, 딸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지만, 14살 된 아들만은 다행히도 구조됐다. 아들은 저녁을 먹고 집으로 오던 중 "아버지가 저수지에 차를 세우고 어머니와 얘길 나누시더니 차에 다시 올라타시고 저수지로 돌진했다"며 "별다른 얘기가 있으셨던 것은 아니고 차에서 졸리면 잠을 자라는 말씀뿐이셨다"고 인터뷰한 내용을 한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사고 경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조사중에 있기는 하지만 유가족들의 얘기에 따르면 이 가족은 그간 꾸준한 빚 독촉에 시달려왔다고 했다. 이렇듯 많은 가족들이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을 선택하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기자는 가끔 이들의 죽음이 본인의 목숨뿐만이 아닌 가족들의 생명까지 가져갈 만큼 큰 고통을 겪고 있었을까하는 작은 의구심을 가져보곤 한다.

자살을 결정한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없는 세상에 남겨질 자식들의 고통이 그저 지나쳐버리기에는 안타까운 일이었을 것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수 차례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처럼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애태울 만한 이성이 그들에게 남아 있었다면 차라리 죽음이라는 무서운 결정을 내릴 만한 용기로 다시 한번 버티고 살아가는데 쓸만한 용기는 없었을까? 아니 그럴 용기를 낼 만한 힘조차 없었던 것일까?

물론 그들에게 이런 말은 한다면 그들은 당해보지 못해서 모른다는 말을 할 것이다. 우울증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그들이 되어보지 못했기에. 하지만 아무런 선택권도 가지지 않고 태어난 그들의 자식들의 운명까지도 자신의 선택에 동참시키는 것을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는 맘을 버릴 수가 없다.

이제 자살은 "국가나 공동체의 책임이 더 크다"는 진단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고삐 풀린 자살증가율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다각도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과연 어떤 방안들이 마련돼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안정시켜주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속절없는 의견제시보다는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어느 관료 정치인들 중에는 각종 사회문제의 원인이 가족규범의 추락 때문이라고 들먹이면서 시민들에 대한 도덕적 훈계를 하는 것에 유행처럼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죽음을 선택한 그들에게는 정치인들이 도덕적·정치적 이론들은 쓰레기일 뿐일 것이다. 얼굴에는 철판을 깔아야 하고, 가슴으로는 모든 적들과 싸워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담고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정치판에서 활동하는 정치인들에게 있어 자살은 절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보잘것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허나 어둡기만 한 내일을 바라보면 살아야 하는 국민들에게 있어서의 생활고는 이론이 아닌 현실이며, 죽음을 결정짓게 하는 아픔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들이 자신들의 아이들까지도 저승길에 동반시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론에만 강한 정치와 정치인들이 아니다. 죽는 것도 자유로울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생활하는 국민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이 생활고에 찌들려 죽음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 또한 이 사회라는 점을 생각할 때 지금 그들에게 줘야 할 것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민들이 꿋꿋한 의지와 용기를 얻고 다시금 생활해 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가장 절실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news.com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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