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영화제 홍보대사 요청을 받고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영화든 드라마든 맡은 역할을 어떻게 표현할까’만 생각했지 실제 영화를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분들에 대한 관심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영화제 홍보대사를 맡게 되면서 그 분들의 목소리를, 생각을 알게 됐다는 것이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기뻐요.”

올해 개최되는 제14회 장애인영화제의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천희 역시도 장애인영화제에 대해 모르는 게 투성이었다.

“아직까지도 저처럼 장애인영화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제가 홍보대사를 맡았고,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그들에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눈과 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요.”

그는 이번 제14회 장애인영화제 홍보대사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장애인 영화를 알리는데 열정을 다 할 것을 약속했다.

이천희는 영화 ‘바비’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형을 둔 동생을 연기 한 적도 있었다. 이천희가 맡은 ‘망택’은 나 자신의 삶도 버거운데, 지적장애를 가진 형까지 보살피고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폭언을 일삼는 역할이었다.

그는 장애를 가진 가족을 둔 입장을 경험 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연기하는 내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영화에서 장애인 가족을 둔 비장애인을 연기하면서, 장애인을 둔 가족의 입장을 돌이켜보게 되었죠. 장애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 가족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 됐어요. 사실 지금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제가 경험하게 된 거예요.”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지만, 실제 장애인 당사자들은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당시만 해도 청각장애인들은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빗발치기도 했다.

“장애인의 영화관람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홍보대사를 맡기 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비장애인들은 쉽게 영화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 관람 환경이 매우 열악하더라고요. 이 문제는 영화 관람 환경이나 제도 개선에 앞서 우리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를 포함한 많은 영화인들이 장애인 영화관람 환경개선이나, 장애 인식 개선에 책임감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장애인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은 그는 연기자로서의 포부도 드러냈다.

“연기의 욕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애인 당사자의 삶도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특히 영화 오아시스에서 보여준 문소리 선배님의 연기는 인상적이었어요. 문소리 선배님이 연기 한 ‘한공주’를 통해 장애인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장애인을 희화화 하거나, 동정의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망설이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이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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