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 볶듯이 일사천리로 진행하다 보니 주민참여예산 제도의 취지와 의미를 기대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책임은 시민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채 일회성 행사로 치룬 대구시교육청이 다 져야 할 것이다.

9월 13일 오후 3시 대구시교육청 대강당에서 개최된 주민참여예산 설명회에서 대구시교육청은 2014년 총 2조5111억원의 세입이 예상되지만, 각 부서에서 올린 세출안은 2조7685억원이 되어 불가피하게 2574억원을 삭감 조정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각 부서에서 올린 주요 예산을 나열했다.

2조5000억원의 예산 우선순위를 정하는 이날 설명회에 대구시교육청은 아무런 자료조차 배포하지 않았다. 사전에 예산교육이 별도로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구시교육청의 무성의한 태도와 내용에 대해 학부모들의 불만은 질문으로 쏟아졌다.

학부모 등 참석자들의 주요 질문 내용이다.

‘각 학교 운영위원회에서도 일주일 전에 자료를 미리 배포하는데, 2조5000억원이라는 방대한 교육청 예산을 다루는 첫 설명회에 자료조차 배포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ppt 자료라도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오늘 설명회 한번으로 마무리하는 것입니까? 적어도 지역교육청 단위라도 추가 설명회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이런 방식으로는 의견수렴이 될 수 없습니다. 적어도 각 학교 운영위원회에 자료를 사전에 배포하여 충분히 검토해서 설명회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특목고-자공고-일반고 등으로 서열화시켜 한 학생당 교육예산을 차별 지원하는 방식은 수정해야 합니다’, ‘화장실 개보수도 중요하지만, 오래된 학교의 급식실 개보수도 시급합니다’,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를 정상화 하고 이를 위해 업무보조교사의 처우개선 및 인력 재배치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주변 CCTV 설치가 더 필요합니다’, ‘교육감 취임 시 2000억원이나 되던 순세계잉여금이 내년에는 670억 밖에 되지 않는 이유와 부채 370여억원 상환이 대부분 BTL 방식으로 추진한 결과 발생했는데, 내년에도 계획이 있습니까?,’ ‘사립유치원에 대한 인건비 지원 보다 특수학교 등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적어도 위원회라도 설치하여 심의하도록 해야 하는데, 교육청은 위원회 설치 계획이 없다고 이 자리에서 한마디로 짤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설명회 자료 인터넷 등에 공개 요청합니다’. ‘각 부서별 예산요구에 대해 교육청에서 알아서 2674억원을 조정해야 된다는데, 그러면 주민참여예산 설명회를 왜 합니까’ 등등.

그렇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육청이 알아서 예산 편성 다 하는데, 굳이 이런 자리가 왜 필요한지? 어쩔 수 없이 설명회를 개최하기는 했지만 귀찮은 일이고,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할 의지도 없었음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한 자리였다.

학교 운영위원과 학부모들의 질문에 ‘감사합니다’, ‘검토하겠습니다’라는 무의미한 답변만 늘어놓으면서 쩔쩔 맨 대구시교육청. 그러나 올해 주민참여예산 설명회는 더 이상 없고, ‘위원회’ 설치 계획도 없다며 단호하게 말하는 대구시교육청. 비록 방대한 분량이지만, 예산서는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으니 직접 찾아서 보면 된다며 예산서를 보지 못하고 온 학부모와 시민들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대구시교육청. 추가 의견 등은 교육청 홈페이지 주민참여예산방에 올리면 된다는 식은 관료행정의 결정판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우리복지시민연합, 전교조 대구지부, 공공운수노조연맹 대경본부는 설명회에 앞서 30분간 대구시교육청의 졸속추진에 항의하는 피켓팅을 한 후 설명회에 참여했다. 3개 단체는 대구시교육청이 실질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할 때까지 계속해서 모니터할 것임을 밝힌다.

2013년 9월 16일

우리복지시민연합, 전교조 대구지부, 공공운수노조연맹 대경본부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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