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절차상 무감각하게 자행되어온 여성장애인의 인권침해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팀이 내놓은 연구서에는 형사절차상 여성장애인들이 겪은 사례를 심층 면접방식으로 정리, 수사기관의 적나라한 인권침해를 고발하고 있다.

여성장애인들이 형사절차상 겪는 인권침해에 대한 심층면접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연세대 한상훈 교수가 연구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여성장애인들의 인터뷰 내용 

△ 체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검찰에서 조사할 것이 있다고 전화가 왔어요. 두 번 정도 나가서 조사를 받고 집에 돌아왔는데 얼마 지나고 그냥 집으로 찾아와서 날 잡아가는 거에요. 영장이요? 경황이 없어서 기억은 안 나지만 뭐 보여준 건 없었어요."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넘어가니까 뭐 때문인지 말도 안 해주고 경찰서 직원이 무작정 때리고 머리도 박고 힘들게 하더라고요."

"구속영장 실질 심사 청구권이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어요. 영장이 떨어지면 당연히 구속된다고 생각했지. 재판에 빠지면 당연히 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 얘기 못 들었어요. 우리는 얘기 안 해주면 모르고 읽어보라고 줘도 그게 눈에 들어옵니까. 안 읽어주면 몰라요."

영장제시도 없이 무조건 체포해 가는 것은 법적으로도 규정하고 있으나 장애인이라면 일단 무시하는 태도를 가져 영장은 물론 체포 이유 및 범죄 사실조차 조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유치장 수감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가자마자 옷을 다 벗으래요. 저는 흉터가 많거든요. 그거 하나하나 체크해 가면서 이건 뭐냐, 저건 뭐냐. 물어보는데 정말 기분 나쁘더라고요. 옷도 전부 거기서 준걸 입으라고 해서 제가 가져간 것은 하나도 못 입었어요. 속옷도요."

"옷을 벗기고 뭘 한다느니, 창자를 들어낸다느니 정말 옷을 잡아  당기기까지 했는데 ….표현 못할 만큼 욕도 하더라고요."

"한 6시간정도 서너명이서 20여분씩 때리는데 더 맞았으면 죽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맞았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안 믿더라고요. 변호사한테도 예기했는데 나중에 처리하자면서 우선은 진단서부터 떼어놓으라고 하더라고요.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장애인이니까 조금만 때려달라고 말했는데..."

= 수사기관의 불법체포감금이나 폭행가혹행위를 강력히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에 대한 폭행, 가혹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검찰 및 경찰수사단계에서의 인권 침해

"구속되기 전에 갑상선 수술을 받아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말하지 않는다고 욕설을하면서 주먹, 구두발로 구타했어요. 구타를 심하게 당해서 몸을 굽히거나 앉지도 못했는데 경찰서에서는 치료도 못 받았어요."

"변호인 선임 전에 범죄사실도 고지 받지 못했고 무지막지하게 맞고 머리가 붓는 등의 부상을 당했지만 진찰을 받을 수 없었어요. 아무래도 때리는 것을 숨기려고 진찰을 받지 못하게 한 것 같아요."

"조사를 하다가 대질을 하는데 넌 가만히 있어라. 제 말은 무조건 거짓말이니깐 고소인 말 먼저 듣겠다."

"식사할 때 누가 먹어줘야 돼서 나가서 먹고 들어오게 해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어요."

"허리가 많이 아파 허리보조기를 신청했는데 습관된다고 그냥 있으라고 하면서 안 줬어요."

= 경찰 수사 과정에서 여성장애인은 무시당하고 장애에 필요한 기본적인 보조기구 조차지원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수사관들이 장애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정신장애의 경우 약을 먹어야한다든지,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우 장시간 앉아있을 경우 허리보조대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해가 없어 장애인 인권은 더욱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고소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산부인과 병원에 가서 성폭행이라고 말한 다음에 검사를 받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진단서 떼어달라고 했더니 자기네는 무슨 여성질환검사를 한 것이지 성폭력 검사를 한 게 아니라 이러면서 발뺌하더라고요. 사후 피임약 처방도 하지 않았고, 진단서도 발급해 주지 않았어요."

"처음 신고했을 때는 도착이 늦어서 현장 목격이 안됐고요. 가해자는 사라진 뒤였어요. 두 번째 똑같은 시간에 신고를 했는데 와서는 한다는 말이 제가 합의금 뜯어낼 명목으로 그런다고 단정 지어버리더라고요."

"재가장애인은 혼자 생활한다는 게 큰 약점인 것 같아요. 아무 힘도 없기 때문에 자기네 마음대로 해도 괜찮은 상대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경찰에 도움을 청하면 '네가 참으면 다 끝나는 일 아니냐'면서 요만할 걸로 끝날 일 갖고 왜 크게 만들고 그러냐는 식이었어요."

"피해자 대신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항거불능이라든지 그 가해자가 때린 적이 있냐, 강제성이 있는가를 계속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신지체인의 특성이 전혀 무시되더라고요. 피해자는 과자도 주고 잘해주니까 심심하면 가보고 그런 거였는데 항거불능에만 초점을 맞추고 묻더라고요."

"아이가 조사 받을 때마다 너무 힘들어했어요. 가는 날은 아무것도 안 먹고 가도 말을 안 해요. 조사 받고 오는 날은 (가해자를)죽여버릴 거라고 하고요."

= 외부와의 접촉이 적고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성폭력피해에 노출돼 있는 여성장애인은 성폭력피해를 입고도 고소과정에서 재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는커녕 합의금을 노리는 자로 오해를 사기도 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일도 있다. 또한 정신지체 장애의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로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충격적인 연구 결과에 대해 장애인계에서 '소중한 자료'로 평가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회 성폭력상담소 장명숙 소장은 "이번 연구자료는 매우 의미있는 자료"라며 "여기에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사례들에 대해서도 실태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를 진행한 곽노현 교수팀은  △수사기관 및 법원의 여성장애인에 대한 이해 및 의식전환 교육 제도화 △형사절차법령 개정 △수감 및 수용시설 개선 △수사방법 개선 △보조인 및 신뢰관계에 있는 자 동석 및 진술보조제도 일반화 △증인신문방법 개선 등을 형사절차상 여성장애인의 인권증진방안으로 제안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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