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군 복무 중 자살한 장 모 상병과 박 모 상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보훈처는 판결 후 열린 직권 재심사에서 국가유공자가 아닌 ‘지원순직군경’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두 장병 모두 2008년과 2009년,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군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을 인정받았다.

2012년 6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9년 공군 복무 중 자살한 장 모 상병의 유가족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군 복무 중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도 직무수행과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장 모 상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자살 장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판결이 처음이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대법원 판결 후 진행된 직권 재심사(2013.01.09)에서 장 모 상병을 국가유공자가 아닌 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3조의2 제1항의 요건에 해당하는 ‘지원순직군경’으로 인정했다.

유가족의 이의 신청에 따라 다시 재심사(2013.04.10)가 열렸지만 결국 장 모 상병은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1998년 해병대 복무 중 가혹행위로 자살한 박 모 상병 역시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2013.01.15)에도 불구하고 국가보훈처의 직권 재심사(2013.02. 27)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장 상병과 박 상병의 유가족은 국가보훈처의 재심사 결과에 크게 반발하며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함께 국민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학영 의원은 “사회적 여론과 사법부의 판결, 장병의 명예와 유가족의 아픔을 무시하고 국가의 관리·감독 책임은 축소하려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비판했다.

또 “가뜩이나 고위층 자녀의 병역회피 등이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가혹행위 등으로 자살에 이른 사병들조차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신성한 병역의 의무’라는 말은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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