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 지원도 선거 때 100만 명 모두에게 채무조정을 약속했으나 선거가 끝난 올해 3월에는 33만 명으로, 그러나 현재까지 약 14만명 정도만 지원을 받았다.

결국 또 기초연금에 이은 ‘공약후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이 채무자 94만 명에 대한 채권을 일괄매입한 후 파산·면책자 3만2000명을 제외한 90만 명을 신용정보회사에 위탁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괄 매입한 채권을 채무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채무조정부터 채권추심까지 신용정보회사에 떠넘긴 것이다.

이렇게 넘겨진 채무자 중 국민행복기금과 채무조정약정을 체결한 인원은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박원석 의원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두고 관리하다가 잘 안 되면 먹어도 좋다고 한 꼴”이라며 “가계부채 청문회 당시 우려했던 바와 같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이 채무조정기구가 아닌 채권추심기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말 종료된 국민행복기금 신청에는 가 접수 및 본 접수 기간 동안 총 14만6288명이 채무조정을 신청했고, 그 중 채무조정지원이 가능한 11만6894명에 대해 약정체결 등의 처리가 이루어 진 바 있다.

일괄매입 채권의 채무자에 관한 자산관리공사의 서면 답변

한편 국민행복기금은 지난 6월부터 금융회사로 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채권가액 10조 원 규모의 채권을 일괄매입 했다.

이렇게 일괄 매입한 채권에 대한 채무자 수가 94만 명에 달한다.

문제는 국민행복기금이 94만 명 중 이미 파산·면책한 것으로 확인된 3만5000명을 제외한 90만 명을 채권 인수 즉시 23개의 신용정보회사에 위탁 관리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중 채무조정약정이 체결된 채무자는 전체의 3.7%인 3만5000명에 불과하다.

신용정보회사가 채무조정안내는 물론, 조정에 응하지 않거나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채권 추심하는 업무까지 일괄 관리 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박원석 의원실 확인 결과 국민행복기금은 신용정보회사에 단 한 장의 업무 매뉴얼도 제공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채권 위탁 수수료는 채무조정에 대한 안내와 권유에 관한 업무에 대해서는 따로 지급하지 않고 채권 추심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신용정보회사가 채무자를 대상으로 충실하게 채무조정을 안내하기보다 추심을 행할 유인이 더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국민행복기금이 일괄매입 한 채권에 대해 채무조정 권유를 하고, 연락이 닿지 않거나 채무조정에 응하지 않을 때 신용정보회사에 위탁해 추심한다고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박원석 의원이 “일괄매입한 채권의 (채무자가) 연락이 안 되거나 채무조정 의사가 없다면 채권추심업체한테 위탁을 해서 채권추심에 들어가느냐”고 질문하자 “예”라고 답한 바 있다.

박원석 의원은 “채무조정을 유도하는데 연락이 안 되거나 채무조정에 응하지 않아서 채권추심에 넘기는 이 통계 별도로 발표할거냐”는 질문에 캠코 장영철 사장은 “어차피 낼 수밖에 없다”고 답했으나, 박원석 의원이 자료를 요구하기 전까지 어떤 통계도 발표하지 않았다. 

박원석 의원은 “신용정보회사에 90만 명에 해당하는 채무자의 채권을 단 한 장의 매뉴얼도 없이 넘겨주고 ‘알아서 잘할 거다’하는 게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방식”이냐고 질타했다.

그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먹지 않고 관리 잘 할 테니 걱정 말라고 큰소리치는 꼴인데, 이는 국민행복기금이 사실상 공적채무조정기구가 아니라 공적채권추심기구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현재까지 국민행복기금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사람은 총 14만 명에 불과한데, 선거 때는 100만 명 모두가 채무조정을 받게 되는 것처럼 홍보하더니, 선거가 끝난 올해 3월에는 33만 명으로, 그리고 이제 와서는 약 14만 명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라며 “명백한 공약후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행복기금이 일괄매입한 채권의 채무자중 채무조정약정이 체결된 채무자는 63%가 40~50대이고, 절반이상인 55%가 1000만원 미만의 소득수준에 68%가 1000만원 미만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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