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장애인들이 받은 후원금을 시설에서 관리하는 ‘통장관리 규정’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자신의 돈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동익 민주당 의원은 장애인복지시설의 ‘통장관리 규정’으로 인해 통장 속 ‘돈’을 시설이 관리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4일 밝혔다.

통장관리 규정은 장애인복지시설 이용 장애인의 개인적인 요구해소 및 개별 장애인의 서비스 지원을 위해 금전관리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사망한 730명 중 통장에 잔액이 없는 사람은 163명이고, 나머지 567명은 최소 몇 만원에서 최대 5400만원을 통장에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잔액 중 가족이나 보호자가 상속하는 경우가 5억9000만원, 명절위로금 등으로 국고로 반납된 금액이 46만7000원이었으며, 나머지 10억이 넘는 돈은 여전히 시설에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남긴 돈은 16억7700만원에 달한다.

시설별로 사망한 거주 장애인의 통장잔액 현황을 살펴보면 잔액이 1000만원인 곳이 38개에 달했으며, 3년간 잔여금액이 3000만원이 넘는 시설도 9개소나 된다.

장애인연금과 명절위로금 등 외에 대부분의 잔액은 개인 후원임에도 불구하고 후원을 받은 이들은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시설의 기본적인 서비스만 누리다가 생을 마감하고 쌓인 후원금은 기관이나 가족에게 인계되는 상황이다.

특히 시설에서 자체적으로 후원 처리한 돈은 6억8600만원으로 63.4%에 달하며, 가족·연고자가 시설에 후원하는 경우도 있으며, 사망 장애인이 무연고라는 이유로 민법 상속인의 부존재에 따라 시설장이 상속받는 경우도 있다.

최동익 의원은 “최근 3년간 시설에 남긴 사망 장애인들의 재산이 16억7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며 “시설 내에서 개인 금전 활용이 용인되지 않았거나 시설중심으로 사용된 것이며, 결국 이들의 인권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시설 거주 장애인 스스로 그 돈을 사용하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지침을 만들었으므로, 이들이 취지에 맞게 자신의 돈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복지부와 지자체는 사망자들의 통장 잔액을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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