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사회복지학과 임춘식 교수

시한폭탄에 비유될 만큼 화급한 국민연금의 개혁 작업이 거의 3년째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이 말싸움만 하는 사이 국민연금은 더욱 망가지고 있다.

  연금법 개정이 지연됨으로써 한해 늘어나는 추가 부담액이 7~8조에 이른다. 현재 100만 명 수의 연금 수혜자가 2008년에는 320만명으로 늘어나 법 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렵게 된다. 2040년에는 국민연금 기금의 완전 고갈이 예고된 국민연금의 폭탄 돌리기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연금제도는 보험료는 적게 내고 노후연금은 많이 받는 이른바 <저부담 고급여>를 지향하고 있어 더불어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연금 재정의 파탄은 그야말로 <국가적 재앙>이다.

  국민연금의 파탄은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이다.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돈을 타는 고령인구는 급증하고 있으니 연금 재정이 견딜 재간이 없다.

  우리의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과 장단점은 이미 모두 거론 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최종적인 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제만 남았을 뿐이다. 연금 개혁은 국가적인 위기의식을 갖고 정파를 떠나 상의해야 할 사안이다. 선진국들이 그랬다.

  열린우리당은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수급체계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기초 연금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예상되는 국민의 반발을 피하려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연금법안을 뒤로 미뤄놓고 있다. 

  국민연금 급여율을 낮추고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낮은 급여율로는 노후 소득보장이 어렵다. 때문에 높은 보험료율은 국민들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앞으로 급여율은 평균소득의 60%를 유지하도록 하며 다만 보험료율은 9%에서 점진적으로 15%까지 상승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여율의 유지와 관련하여 부족한 재원은 단계적으로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을 혼합한 형태로 운영하다가 2040년 이후부터는 점차 연금 보험의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들처럼 부과방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또한 종국에는 연금보험은 국민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통합하여 운영해야 한다. 즉, 국민기초 수급 노인을 포함한 저소득층에는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현행처럼 조세로 부담하는 방식을 취하는 기초연금제를 도입하여 연금보험에서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에게도 지급해야 한다.

  연금 개혁의 초점은 무엇보다도 연금 재정 안정에 맞추어져야 한다. 우선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재정 파탄을 막는 일이 시급하고 그 후에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우리 현실에 맞다.

  아무리 좋은 복지제도도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다. 정치권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대로 따져 보아야 한다. 시민단체가 매니페스토 운동을 통해 개혁안에 대한 목표, 우선 순위, 기간, 공정, 예산 등의 사항을 수치로 명기해 검증과 평가를 해서 공개해야 한다.

  우리가 돈을 내지 않고 혜택만을 받는 것들이 늘어 날수록 후대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각종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유럽의 사례처럼 연금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면 나중에 국가적 갈등으로 발전된다.

  주요 선진국들은 지금 연금과의 전쟁을 힘겹게 치르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연금 혜택을 줄이는 개혁안을 도입한데 이어 일본은 2004년 총선 한 달을 앞두고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미국도 재정부담을 줄이는 연금 재편안을 둘러싸고 거대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재선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이 개편을 주도하고 있다. 개편의 핵심은 현 세대의 부담을 늘려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 주자는 것이다. 당연히 인기 없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선진국들은 세대간 갈등을 줄이려면 이러한 방법밖에 없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국민 설득에 나서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집권당이 욕을 먹더라도 국민 연금 계획을 제대로 추진 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선진국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민연금의 파탄실정을 공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최후의 사회 안전망인 국민연금에 대한 수술을 다음 정권으로 또 넘긴다면 불행한 대통령으로 남게 된다. 다음 선거의 표를 의식할 필요가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 선두에 서야 한다.

  국민연금 제도 개혁이 늦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국민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빠르면 빠를수록 국익에 도움이 된다. 최후의 사회 안전망인 국민 연금에 대한 수술을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민을 설득 하고 여야는 타협을 통해 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제 더 이상의 성찬은 필요 없다. 국민연금 개혁을 실천하기 위해 여야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는 것만 남았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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