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있다.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능인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최근 외롭고 소외된 노인들을 대상으로 웃음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표정이 없거나 시무룩한 얼굴을 한 노인들도 강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함박 웃음이 피어나기 십상이다. 사람이 한번 크게 웃을 때마다 생성되는 호르몬은 엔돌핀을 포함한 21가지. 그중 엔케팔린이란 호르몬은 진통제로 잘 알려진 모르핀보다 300배나 강한 통증완화 효과가 있다. 이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200만원 가량이 된다고 하니 한번 크게 웃을때마다 손쉽게 돈버는 셈이다.
그렇다면 웃는 것만으로도 병이 나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하지만 웃을 때 생기는 유쾌한 에너지, 그리고 웃음으로 수 있는 마음. 이런 것들이 병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음에는 동감한다.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웃음 전도사가 돼 복지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상현 강사를 만났다.

이상현 강사

 "손자뻘 되니까 어르신들과 금방 친숙해 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웃음치유는 별개 아닙니다. 그냥 손잡아드리고 같이 한번 크게 웃을 수 있고, 대화를 나누고 그게 어떻게 보면 웃음치유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씨는 올해 29살로 전통인물화를 전공했다. 미술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어느 해, 급격히 나빠지는 시력 때문에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더 이상 시력을 잃기 전에 미술을 당장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씨는 그때부터 웃음을 잃게 됐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 덕에 웃음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돼 웃음으로 병을 낫게 할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웃음에도 파장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두 개의 물컵을 놓고 서로 상반된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줬는데 같은 형태의 물분자가 다른 형태를 나타난 실험도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사람의 몸은 70%이상이 수분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좋은 소리와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부드럽고 즐거운 파장이 전달돼 같이 즐거울 수 있습니다."
웃음이 전파된다는 것과 크게 웃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긍정의 힘을 얻는다. 이씨는 웃는 방법에는 정도가 없다고 얘기한다.
"여자들이 입을 가리고 호호호 웃는 것만큼 안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웃는 방법에는 정도가 없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몸안에 있는 나쁜 기운이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크게 내뱉듯이 웃음을 터트려야 건강에도 좋고, 기분전환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복지관을 찾아 손벽을 치고, 크게 웃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웃음에 인색한건 다 아는 사실이고, 노인들이나 병원에 계신분들은 웃음에 더 인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천성이 그렇다기 보다는 웃을 기회가 별로 없어 습관이 안됐다는게 맞습니다. 한번 마음을 터놓고 웃기 시작하면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울 정도로 정을 주십니다"
인터뷰 당일날도 목동에 위치한 복지관에서 노인들과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는 이씨의 표정에서 '시력을 잃을 뻔했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미술이 제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참 까마득했습니다.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로 인생의 쓴맛을 봤다고 할까요?(웃음)하지만 어떻게 보면 다른 길을 열어주기 위해 그런 시련이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웃음치료라는 단어자체가 척박한 이땅에서 전문인력으로 성장하고자 부지런히 노력했다고했다.
"전문자료나 서적, 그리고 강사로서 발돋음 할만한 교육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레크레이션을 접목시켜서 웃음치료를 유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은 레크레이션 교육을 실시하기 전에 그들의 건강과 신체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리한 운동량과 스트레칭, 그리고 복잡한 계산력을 요하는 프로그램은 노인들에게 오히려 외면받기 십상이죠"
다행히 요즘에는 웃음치유라는 인식이 많이 확산돼 찾아주는 복지관과 기업, 단체들도 예전보다 많아졌지만 개념조차 없었던 초기에는 약장사나 사기꾼으로 몰리기도 했다고...
"서울은 그나마 개념에 대한 확산이 많이 됐고, 젊은 사람들은 이미 말고 계신 분들도 많지만 2년전만 해도 생소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저희 부모님은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십니다"

웃음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능인종합사회복지관 노인들이 호탕하게 웃고 있다.

최근 복지관마다 '웃음치료'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주목할 사실은 웃음치료강의는 복지관 인기프로그램인 노래교실이나 댄스만큼 수강생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의 병원에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병원내 웃음치료실을 따로 마련해 일주일에 몇 번씩 강의를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그런 시스템이 도입돼 몸을 치료하면서 마음도 치료할수 있는 병원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시작단계지만 체력과 정신이 버텨주는 한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다는 이씨는 앞으로 꾸준히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레크레이션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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