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WFD(세계농인연맹)와 WASLI(세계수화통역사협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농인의 정보 접근권을 훼손한 엉터리 수화통역사와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남아공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농인의 기본권인 정보접근권의 보장을 위하여 질 높은 수화통역의 제공을 위해 수화통역사의 훈련, 자격 있는 검증된 수화통역사의 채용, 농관련 단체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강조하였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수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수화통역을 할 수 있을 것 이라는 수화통역에 대한 이해의 부재와 전 세계로 방영되는 국제적인 행사에 배치되는 통역사를 섭외함에 있어 관계기관과의 사전 협의 없이 통역사를 섭외·배치한 점, 수화통역사의 통역 능력에 대한 검증 시스템의 부재로 문제로 요약될 수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1조에는 ‘공식적인 교류에 있어 수화, 점자, 보완적이고 대체적인 의사소통 그리고 장애인의 선택에 의한 기타 모든 접근 가능한 수단, 방법, 형태를 사용하도록 수용하고 촉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제9조에는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형태의 지원과 보조를 장려할 것’을 적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방송통신위원회의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 등에서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시 등은 장애인방송의 시행률만 규정되어 있을 뿐 장애인 방송의 질적인 면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본회는 성명서와 논평, 방송통신위원회에 지속적인 의견개진을 통해 수화통역을 비롯한 장애인방송의 질적 담보방안 마련을 건의하고 있으나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인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수화통역사의 역량 미달로 인해 누락되거나 허위로 날조될 위험이 있음에도 현재로서는 수화통역사의 양심에 의존하고 있을 뿐, 이를 공식적으로 검증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인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번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추모식 ‘엉터리 수화통역’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이와 같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가 및 관련부처에서는 수화통역사의 선정 및 배치에 있어 자격기준 및 관리·감독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하고, 특히 방송, 사법기관, 의료기관 등 농인의 권익과 직결되는 서비스의 제공시 전문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배치하는 등 구체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추모식에서의 “엉터리 수화통역”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하루속히 농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13년 12월 13일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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