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후 5시까지는 원하는 학생들 전체가 무상으로 방과 후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저소득 한부모 가정이 나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을 위해서도 밤 10까지 돌봄을 실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시작으로 현 박근혜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6년까지는 필요 한 초등학생들 모두가 밤 10시까지는 안전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

고 한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방과 후 무상 돌봄을 확대하는 정책은 이미 대통령의 핵심공약으로 제시되었던 국민과의 약속 사항이었다.

지역아동센터의 좌절은 바로 이 순간부터다.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돌봄을 실시하기 훨씬 전부터 지역에서 가난하고 힘든 아이들을 돌보며 희생과 헌신을 해왔던 지역아 동센터는 대통령의 공약에서 제대로 배려 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도가 되자 중앙정부는 통합 돌봄을 실시하겠다며 상반기 대도시와 중소도시 및 농산어촌의 각각 2개 지역씩 총 6개 지역에서 소규모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하반기에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해버렸다.

이 시범사업 동안 통합 돌봄을 실시하여야 할 주요한 현장인 학교와 지역아동센터는 통합 돌봄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를 하기도 힘들었을 뿐더러, 그 동안 소통과 연계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던 탓에 서로를 이해하기도 너무 불충분한 시간이었다는 것만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런데 하반기에 이르자 중앙부터 시군구까지 학교와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통합 돌봄과 관련한 협의체 등을 만들고, 내년부터는 당장 초등학교 1~2학년들부터 전면 통합 돌봄을 실시하라는 것이다.

중앙정부에서 정책 방향이 결정되어 지역으로까지 내려오는데도 한참이 걸리거니와 생전 처음으로 통합 돌봄이란 것을 실시하게 되었는데도 아무도 이를 제대로 알고 대답해주는 사람이 하나 없는 실정이다. 당장 12월이면 각 가정으로 통신문이 나가서 안내를 해야 하는데 교육청에 의논을 하러 모여 보니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서로 너무 다른 데 서로 잘 알지도 못하고, 의견 조율은커녕 중앙에서 내린 방침을 어길 수 없다는 일부 의견 때문에 통신문에 정확한 정보를 넣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불과 얼마 있으면 2014년도 새해가 밝아오고 당장 내년부터는 1~2학년들부터 차례로 돌봄을 받게 될 것인데 12월이 될 때까지 당장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현장 모두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밤 10시까지도 돌봄을 제공하겠다고 약속만 철썩 같이 해놓고서 이를 누가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침이 없으니,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모두가 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 것인지 난감하기만 할 뿐이다.

어찌 보면 이 모두는 중앙정부가 예산의 마련이나 법적 근거에 따른 구체적 지침의 마련도 없이 공약을 지켰다고 하는 칭찬만 들으려고 일을 급조하려고 한 탓이 큰데, 이런 불똥이 지역으로 내려오면 학교와 지역아동센터의 공연한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앙정부는 신청만 하면 모든 아이들이 당장에라도 질 높은 돌봄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도대체 야간 돌봄은 누가 감당하고, 수요자가 많을 경우 예산과 필요한 인력 및 시설과 프로그램의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 사실 아무런 구체적 대책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 조차 각 교육청으로 예산을 마련하라는 명령만 내렸을 뿐이고, 이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각 지역 교육청과 지방정부의 몫이 되어버렸다.

지역아동센터는 이런 통합 돌봄의 한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복지부를 향해 통합 돌봄을 시행할 경우 아동에게 중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이고 전면적으로 제공하게 되느니 만큼 주요한 몇 가지 원칙이 이 통합 돌봄 정책에 참여하고 있는 복지부와 여가부 및 교육부에서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런 원칙은 아동들에게 질 높은 돌봄을 격차 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 아동의 성장 발달을 돕고 보호자들이 마음 높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주요한 목적을 두고 있다.

통합 돌봄에 있어 원칙은 첫째, 돌봄의 질이 후퇴하지 않도록 통합 돌봄 제공에 필요한 통합적 기준을 마련하여 함께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력과 시설 및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통합된 기준을 적용하여 아동들이 학교 안팎을 구분하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양질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가 통합 돌봄에 필요한 법적 근거와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여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수행하는데 따른 책임을 다하고, 지방이나 지역에 따른 격차 없이 고른 양질의 돌봄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중앙정부에서 현재와 같이 단 한 푼의 예산지원 없이 생색만 고스란히 차지할 심보라면, 각 지방정부의 자율 집행권을 최대한 보장하여 지방정부의 힘으로라도 차분히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책임은 외면하고, 공명은 차지하겠다는 심보는 실로 고약한 것으로 이는 대통령의 뜻에도 어긋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현재 통합 돌봄에 있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밤 10시까지의 돌봄을 누가 하란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번 통합 돌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교육부는 엉뚱하게 5시까지의 오후 돌봄과 밤 10시까지의 저녁 돌봄으로 돌봄을 둘로 쪼개 들고 나와서 지역아동센터들의 분통을 터지게 하고 있다.

오후 5시까지만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하는 안도 너무 학교 위주로만 짜여진 것같아 언짢은 마음이 적지 않은데, 한 술 더 떠서 우리가 교육을 해야지 돌봄을 하는 곳이냐 면서 오후 돌봄만 하는 것도 힘드니 너희들은 저녁 돌봄이나 해라는 투로 슬며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참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교육부는 학부모들이 모두 일단 학교를 선택할 것이니 지역아동센터는 저녁 돌봄이라도 해서 살아남든지 아니면 센터 문을 닫든지 하라는 투로만 보여 서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물론 그 동안 지역아동센터는 야간 돌봄을 해왔고,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나 정부가 시켜서 무조건 그렇게 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지역아동센터의 대통령은 아이들이고, 우리의 지침은 아이들의 말이며, 우리는 오로지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했고, 그것을 우리 외에는 아무도 제대로 들어주는 곳이 없다고 하여 기꺼운 마음으로 선물과도 같이 그 일을 해왔던 것뿐이다. 그런 지역아동센터에게 정부는 센터를 겨우겨우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보조금만을 주면서 야간 돌봄을 해야만 조금 더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유도하거나 혹은 학교 옆에 남아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식으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누군가는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그런 보호자의 자녀들을 돌볼 수밖에 없다면 그 일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함께 의논되어져야 한다. 어떤 곳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 선생님들이 어떤 방침으로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아동센터가 당당히 일을 맡게 된다면 자랑스럽게 그 어려움을 감내하겠다. 그러나 그런 과정이 없이 잔말 말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게 해서 제공되는 돌봄은 절대 행복한 돌봄, 안정된 돌봄, 건강한 돌봄이 될 수 없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돌봄일 뿐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너무 뻔하다. 대통령 공약으로 약속한 바를 지키겠다고 하는 것인데도, 거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지금의 상황 때문이다. 중앙도 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지역은 구체적 내용을 잘 알지 못한 채 그저 너무 속도가 빠르다고 우왕좌왕하며 벌써 될 대로 대라 체념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이 전부 어그러져서 아예 약속을 못 지키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는 분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말 두려운 것이다. 지역아동센터가 10년간 피눈물 속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이만큼 끌어올린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흔들리고 있다. 아이들을 밤10시까지 돌본다는 말이 정부나 돌봄을 하는 사람들의 헌신으로 들리지 않고 “어쩌자고 아이들을 밤10시까지 가두어둘 생각을 하는가?”하는 우스개 비아냥으로 들리고 있다.

어쩌면 이 정책은 지켜져도 비웃음을 사고, 지켜지지 않아도 비웃음을 사는 그런 정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런 정책을 실시하기 위해 수많은 학교 비정규직 돌봄 노동자들의 한숨과 그런 비정규직에도 미치지 못하는 처우로 그늘에 숨어 있는 지역아동센터 돌봄 종사자들의 비애는 또 어찌 할 것인가? 정부가 일을 이렇게 하니 아이들이 밤10시까지도 부모 얼굴을 볼 수 없는 처지가 되기 쉬운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일자리만 만들고 늘리면 되고, 그런 일에는 힘없는 사람들이 종사하면 그만이라는 그 철학이 오늘날 통합 돌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 짝이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통합 돌봄의 그늘 아래 우리 지역아동센터는 안녕하지 못하다. 그리고 아이들을 대신해서 아이들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슬픈 소식을 전한다.

2013년 12월 27일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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