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바람이 무섭게 휘몰아치던 지난 4월 20일 올해로 26번째를 맞는 장애인의 날 오후 서울역 광장에는 장애인권 쟁취를 향한 장애인들의 거센 함성들이 또다시 울려 퍼졌다.

장애인들이 거부한 장애인의 날! 그들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외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사진/ 최경훈 기자>

420장애인차별찰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동투쟁단)이 과거부터 정부가 시혜의 대상으로 생각해왔던 장애인들을 위로한다는 명목아래 다시 한번 장애인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는 것을 거부하며, 이날을 장애인차별철폐를 이룬 날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자신들의 굳은 의지를 표출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한 것이다.

이날 역 광장에는 뜻을 같이 하는 장애인 단체들이 참석해 장애인 차별의 실상을 시민들에게 알리며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이 얼마나 절실한 사안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강조하는 시간을 가졌다.

420공동투쟁단 박김 영희 공동대표는 여는 발언을 통해 "얼마 전 인터넷에 장애인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햄버거를 먹고 있는 사진이 사람들에게 아직도 온정이 남아있다는 말들과 함께 감동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온정과 감동을 말하기 전 그 사진 속의 장애인의 입장은 누가 알고 있겠는가? 우리가 시청 앞에 노숙 농성을 하며 삭발을 감행하며 원했던 것이 바로 활동보조인을 제도화 해달라는 것"이라며 "사진 속의 주인공도 활동보조인이 있었다면 누군가의 도움으로가 아닌 자신 스스로 당당하게 원하는 일에 주체가 되어 생활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역에서 국각인권위원회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을 외치고 있다.<사진/ 최경훈 기자>

또한 박김 공동대표는 "장애인의 교육을 권리를 위한 장애인교육지원법,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우리는 계속 투쟁하고 있으며, 그 결과 오늘 같은 날이 만들어졌다"고 전하며 "우리가 한 인간으로 장애인의 차별이 없어지는 세상, 장애인이 당당하게 한사람으로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투쟁은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의 투쟁에 대해 "오늘은 가지만 우린 앞으로 계속 우리의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외칠 것이며, 오늘로서 마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그 날이 올 때까지 투쟁해나가겠다"며 발언을 마쳤다.

각 대표들의 연대발언과 투쟁발언을 마친 420공동투쟁단은 “야만의 세월을 거슬러, 이 땅의 모든 장애민중이 사람답게, 사람처럼,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새 세상을, 우리의 투쟁으로 건설해 나가자”는 투쟁 결의문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까지의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거리행진은 간혹 대치하고 있는 경찰들과의 몸싸움으로까지 연결되면서 투쟁단의 행렬은 남대문 교차로에 이르렀고, 투쟁단은 이곳에서 교차로를 점거한 뒤 교차로를 무대로 문화재 행사를 진행하는 등 자신들이 찾아야 할 권리가 무엇이며, 왜 이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지에 대한 명백한 주장을 많은 시민들에게 알렸다.

누가 그들을 거리로 나서게 만드는가? 거리행진 차선확보를 위한 경찰과의 실랑이가 있었다.<사진/ 최경훈 기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치했던 경찰들의 통제로 한참을 남대문 교차로에서 투쟁하던 투쟁단은 밤이 늦어지고 난 후에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도착, 정리집회를 끝으로 결의대회를 마쳤다.

올해 초부터 계속되어지고 있는 장애인들의 권리 찾기, 이제는 정부가 방임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자세로 접근해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려는 성의를 보일 때가 됐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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