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섯 번째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발전의 커다란 변화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상철 회장

현대적 의미의 장애인복지 역사는 1954년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창립과 더불어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1990년대 다양한 장애인단체들이 설립되기 전까지는 불모지와 같았던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역사를 외로이 이끌어 왔습니다. 오늘날 ‘장애인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정해진 것도 1972년부터 협회가 주관해 오던 ‘재활의 날(4월20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협회는 지난 50여 년 동안 끊임없는 노력과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수준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 협회의 역할은 무엇이고, 그리고 우리 장애계와 함께 해야 할 실천과제는 어떤 것인지를 논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첫째는 ‘장애인의 권리와 통합’입니다. 장애문제는 더 이상 장애인과 장애계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시민사회가 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물론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게 될 때,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 진정한 권리와 통합은 실현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중심에는 장애당사자와 관련 전문가들의 참여와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지나친 당사자주의와 전문가적 관점들로 인해 서로에 대한 배제와 불신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건전한 긴장관계는 역사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우리 장애계 내부에서 조차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권리와 통합의 실현은 요원한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장애인복지 학계와 현장종사 중심의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협회로서는, 먼저 장애계 내부의 합의와 대안을 이끌어 내면서, 장애문제가 곧 시민사회의 주류가 될 수 있도록 그 사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둘째는 장애인복지를 둘러싼 ‘지역사회와 제 장애인단체들과의 연대’입니다. 지난 과거에 비해 장애인복지가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아직도 ‘갈길 먼 장애인복지’가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우리 앞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생존권과 직결된 직업재활법 개정과 장애인연금법 제정, 그리고 사회적 접근성을 위한 재활공학 관련법 제정 등 제도적, 정책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 기관이나 단체의 독단적인 활동과 공헌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협회는 그동안의 역사와 축적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애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때로는 연대와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셋째는 ‘차별성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입니다. 불과 일이십년 사이에 장애계의 환경은 급속도록 변화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정부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다양한 장애인복지기관이나 관련 단체들, 그리고 장애당사자의 주체적 참여의식이 그 변화의 중요한 동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애문제가 어느 한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기에 장애범주나 연령 혹은 사회적 인식에 따라 접근과 해결방식 또한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런 만큼 각 자의 영역에서 문제들을 풀어보려 하지만 때로는 그 역할이 너무 유사하거나 주도권 경쟁으로도 이어지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협회는 그 시대가 요구하던 입법과 정책, 주요 전문기관의 설립이나 장애인복지 영역의 확대와 패러다임을 이끌어 왔듯이, 이제는 이 시대에 맞는 차별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자 합니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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