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보건복지부는 전국노인학대예방센터에 신고 접수된 건수를 바탕으로 지난해 노인학대 가해자의 50%이상이 피해자들의 아들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방송3사는 저녁뉴스부터 다음날 아침뉴스까지 이 땅의 孝가 바닥에 추락했다는 식의 비하보도를 내놓기 바빴으며 졸지에 대한민국 모든 아들들은 둘 중 한명꼴로 천하의 몹쓸 사람들이 돼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노인부양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노인학대예방센터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단순히 이번 조사결과를 노인학대 가해자가 누구냐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대다수의 아들들이 부모를 부양하고 있으며 당연히 주부양층이 아들과 며느리이기 때문에 그들이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재가서비스나 노인수발서비스가 정착되지 않았고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면 무료요양시설 입소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더욱이 학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우는 부모가 아프거나 치매에 걸렸을 경우다.
치매노인 한명에게 연간 들어가는 치료비용이 평균 787만원이라는 통계를 볼 때도 지출의 주 원인이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진료비와 간병비, 시설입소비등으로 나눌 수 있다.

모 대기업에서 지은 실버타운은 입소 시 보증금만 3억 이상을 지불해야 하며 그나마 저렴한 곳을 찾을라 치면 종교단체나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도 재정이 어려워 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기초생활수급자도 되지 못하고 돈많은 재력가도 되지 못한 사람들은 가정 내에서 부모님의 수발과 부양에 대한 경제적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 당연히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다보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언어·정서적 학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극도에 달아서는 방치하게되는 방임학대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치매환자를 돌봄에 있어서 부양자들은 돈보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더 호소하기도 한다. 기자가 지난해 겨울 한 치매가족모임에 초대된 적이 있는데 그들 대부분은 직업을 아예 포기하고 병수발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꼽았다. 치매가족모임을 통해 비슷한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그들은 이야기했다.

복지관의 한 관계자는 "치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부양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치매노인의 병을 악화시키고 무심코 학대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인부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전한바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이 되면 직업을 잃음과 동시에 경제적 능력을 상실하는 노인들이 은퇴 후 10년이 넘는 세월을 가족에게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경제구조 또한 노인학대를 유발하는 주 원인이 된다. 고령자를 뽑는 구인구직 광고에 수백명이 몰리고 경비원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하는 노인구직자들은 임금을 적게 주더라도 얼마간의 경제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노인되면 설 곳이 없다고 푸념한다. 
물론 과거와 비교해 현대인들의 개인적 성향이 강하며 더러 되먹지 못한 사건들이 터지는 것은 인정하지만 싸잡아서 가해자의 50%가 아들이라고 몰아버리기엔 흑백논리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노인학대가해자를 무조건 처벌한다면 가해자가 부양하고 있던 부모는 결국 또 방임되버리는 문제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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