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9일 도시 미관지구 안에 정신의료기관의 건축을 금지하고 있는 ‘도시계획조례’ 관련 규정이 정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139개 지방자치단체에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도시계획조례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7조에 국토교통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인구 50만명 이상의 대도시 시장은 도시 미관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지역에 미관지구를 지정할 수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73조는 미관지구의 유지에 장애가 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특정 건축물의 건축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신의료기관 건축을 제한하고 있는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의료기관이 외관상 지역 미관에 장애가 되며, 도시 중심지역인 미관지구에 들어설 경우 정신질환자에 의한 빈번한 사고가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또 정신의료기관으로 인해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치하락, 교육환경 및 지역 이미지 훼손, 지역주민의 거부감 등을 이유로 건축제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기준에서 건물 외관상 다른 의료기관과 구별되는 특징이 없고, 미관지구 내에서 건축이 제한되는 공장, 창고시설, 위험물저장소, 축사, 가축시설, 분뇨 및 쓰레기 처리시설과는 달리 정신의료기관이 조경, 교통, 소음, 방화, 위생 등을 저해하는 건축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질환자가 위험하다는 것은 정신장애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며, 정신질환은 증세가 매우 다양해 정신질환만으로 사고위험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며 “정신의료기관의 건축제한은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도시미관을 위한다는 관련법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도시계획조례 관련 규정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장애인복지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위반되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차별시정 책무를 지닌 공적기관인 지방자치단체가 부당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해소를 위한 노력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다.

한편 이번 도시계획조례 개선권고는 진정인 A 씨(53세)가 2012년 6월, 한 도시 중심지역에 정신병원 건축을 제한하는 조례가 정신 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의료시설에 대한 제한이므로 차별이라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함으로써 시작했다.

인권위는 피해사실을 특정화하거나 구체화할 수 없어 조사대상에는 해당시키지 않았지만, 다른 의료기관과 달리 정신의료기관에 대해서만 제한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진정사건과 별도로 정책검토를 조사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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