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 최근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현실적 정책이 노인일자리사업이다. 고령자를 국가가 책임질 수 없다면 그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노인일자리사업.

특히 일할 능력이 있는 노인들에게 구직의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는 '노인일자리박람회'를 두고 정부는 지난해 공공과 민간부문을 합해 1만9197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고 3만7579명의 취업자를 배출했다고 전한바 있다. 그러나 고령취업자의 사후관리 시스템의 부재로 취업 후 바로 해고되는 사례도 빈번하고 고령자가 취업현장의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도 빈번해 취업 박람회체계에 대해 비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노인일자리박람회가 남긴 것은 무엇인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노인들 일자리욕구 강해 박람회개최까지

장·노년층의 취업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고령화 사회진입으로 인해 생산인구는 감소하고 노인부양에 따른 연금, 의료보험등 사회적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5년 현재 평균수명은 77.9세로 평균수명이 길어져 정년이후의 삶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정년을 60세로 가정한다고 해도 17.9세, 약 20여년의 세월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적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노인이 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혹은 젊은 인력의 충분한 공급으로 건강한 장·노년층이 취업전선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들을 활용하지 않는 구조체제는 궁극적인 의미에서 경제활동에 활용할수 있는 훌륭한 인적자원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구인·구직자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장·노년층의 취업을 확대하고 취업에 대한 정보제공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노인일자리박람회는 개인적으로 직업을 알아보는 것보다 취업전문 업체와 연계해 구인업체를 다량으로 확보한 뒤 기업과 구직자를 효과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또한 일자리박람회를 통해 구직이 더 이상 젊은이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사회적 이슈로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노인인력이 투입될 수 있는 직업이 생겨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 
2003년 5월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Hi-Seoul' 상반기 실버취업박람회가 노인일자리박람회의 시초가 됐다. 이어 같은 해 10월28일 하반기 실버취업박람회가 열렸고, 이듬해인 2004년 6월17일과 10월21일 상·하반기 실버 취업박람회가 각각 진행됐다.
실버취업박람회를 통해 노인들의 구직기회가 확대되자 2004년 부터는 5대 광역시별·경기도에 일자리 박람회가 개최됐고, 2005년에는 16개 시·도별로 일자리박람회가 확대 개최됐다. 2004년엔 8회에 머물던 개최횟수가 2005년에는 19회로 2배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 이는 5075명의 취업실적이 2004년 1만9197명이라는 눈에 띄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살피자면 4배 가까운 노인구직자가 일자리를 얻은 셈이다.
노인취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노인일자리사업은 규모와 개최횟수에서 발전을 거듭해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2배, 많게는 3배 이상의 재정이 확보된 채 지난 3월23일 대전을 시작으로 3월29일 전북실버취업박람회, 4월4일 전남실버취업박람회가 개최됐다. 그러나 결국 이런 현상은 지자체별로 노인일자리창출 경쟁양상까지 보이게 만들었고, 현실감 없는 프로그램 진행으로 보여주기식이라는 비난여론을 형성하게 됐다. 

노인구직자와 업체는 박람회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일자리 박람회 평가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박람회 참가 구직자와 참가업체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결과 '대체로 만족한다'는 만족도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됐다.
박람회 참여 연령은 61세∼70세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평균연령은 66.19세, 여성보다는 남성의 참여가 높았다. 취업으로 가장 선호하는 직종은 경비 및 미화등 단순노무직이었으나 경영, 사무, 관리직종과 기계, 생산 건축 관련직에 대한 선호도 역시 높게 나타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민진암 팀장은 "단순노무직 이외에도 다양한 계층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직종 개발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설문결과"라고 이야기했다.
반면 구인업체는 박람회 참가와 함께 고령자 고용시 높은 책임감과 성실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으며 고령자를 고용하지 않은 주원인으로 체력적 한계와 업무수행 능력 부족을 들었다.
결국 노인의 직업능력 개발을 위한 직무교육 프로그램 활성화와 노인 재교육을 통해 취업을 유도하는 것이 노인인력 양성에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문에 응했던 조사대상 업체 중 61.5%가 자치단체와 박람회 사무국의 권유로 참가했다는 답변을 해 홍보매체를 통한 참여비율은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사회적 인식이 아직은 노인인력에 대해 부정적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설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람회 재 참여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련업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해를 거듭해 가는 노인일자리람회의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재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들은 건강하고 능력있는 구직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어 시간적, 경제적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기업 이미지에 대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람회에 참여한 업체는 건강하고 능력있는 구직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답해 노인인재를 발굴하는 것 못지 않게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노화로 인해 체력적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노인에게 무조건 젊은이들과 같은 수준의 노동을 강요하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실버인력의 활용을 위해 공장의 일부를 자동화 한다거나 노인동선에 맞게 생산라인을 변경하는 등의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를 벤치마킹해 다가오는 고령사회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박람회가 가져온 변화

노인인력개발원 민진암 팀장은 "노인일자리박람회를 통해 노인인력 활용 필요성과 사회적 분위기 확산에 기여한 점, 공공부문과 민간기업체에 노인일자리 창출을 유도한 점이 가장 큰 성과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인일자리박람회를 통해 2005년까지 총 36만5831명이 참가해 6만1851이 일자리를 찾았으며 노인취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새롭게 변화되고 있다. 지자체와 노인단체들은 노인인력 활용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진행하게 됐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들어 전국 지자체는 노인취업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복지관과 노인단체들은 사회적 일자리 연구에 한창이다. 뿐만 아니라 노인인력을 활용해 소일거리를 제공하는 복지관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민간부문의 참여가 증가하며 공공부문을 자극하는 계기도 돼 민·관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노인 일자리를 계획하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됐다.
이는 노인인력도 사회적 자원으로 생산적 존재일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계기가 됐으며 건강하고 능력 있는 노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람회에 드러난 문제점들

하지만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여기저기 결과에 대한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공공부문이 솔선수범을 보이고 노인인력 활용의 장점을 증명한다면 사기업으로의 일자리 확대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에도 이들의 참여가 미흡하다.

하지만 비단 공공부문만을 탓 할 수도 없는 것이 시·군·구, 지역노동사무소, 상공회의소, 중소기업협동조합, 직종별 민간협회, 노인복지관등의 협의체가 서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지 못하고 이같은 문제는 제도적 시스템의 부재에 있다.

두 번째로 접근성 결여를 들 수 있다. 16개 시·도별로만 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은 행사상 접근성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일자리 접근성도 어려워 효율성에 대한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 번째로 지적되는 문제점은 행사가 있을 때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박람회 사무국에 대한 문제이다. 이는 특정 지역이 어떤 사업을 육성하고 있는지, 구성원은 어떤 일에 종사하고 있었던 사람들인지에 대한 연구가 미흡해 효과적인 고용창출을 이루지 못하는 불상사를 발생하게 한다.  타 지역 주민들의 경우 어느 지역에서 박람회가 열리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능력과 조건에 딱 맞는 노인구직자가 있어도 동네잔치로 끝나는 행사를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네 번째로 간과되고 있는 문제점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인인력을 관리하는 사후관리체제가 없다는 점이다. 구인처에서 어떤 조건의 구직자를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교육을 통해 자리에 배치된다면 일이 서투르거나 미숙해서 해고당하는 이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며 사후 관리 과정을 통해 꾸준히 교육시킨다면 연륜에서 묻어나는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체나 기구가 부족한 실정이라 노인스스로 취업한 업체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올 초 노인맞춤형 취업교육을 서울시고령자취업알선센터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끝난 세차도우미교육에서 노인들은 직접 세차 하는 방법을 실습하고 서비스와 친절교육을 받는등 적극적인 모습으로 교육에 임했다. 교육일정 공고 몇 시간만에 인원을 마감해야 했던 상황을 감안한다면 채 취업 교육에 대한 노인들의 욕구가 높은 것을 알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자체 재량 껏 행해지는 홍보는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 보단 정보전달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차원에서 진행되는 통일된 홍보가 행해진다면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노인들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수 있을 것이고 일하는 노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선입견도 사라질 것이다.   

노인만의 맞춤형 일자리개발과 기업참여 유도가 관건

최저 임금이 적용되는 노동시장에 재취업이 사실상 어려운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노동시장으로만의 진출을 꾀한다는 것은 경쟁력에서 당연히 밀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틈새노동시장을 노리거나 사회적 일자리 획득을 통해 소득보충형 일자리 확립을 우선 목적으로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를 통해 취업자 및 참여업체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박람회 규모보다는 16개 시·도별 행사를 보다 세분화해 근접한 시·군을 묶어 박람회를 실시하고 지역별 실무자의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 개최 시기와 방법도 지역 실정에 맞게 시행돼야 한다.
노인도 고학력과 전문기술자에서부터 일반사무직, 단순노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 적합한 업체를 발굴해 박람회에 참여시켜야 하고, 노인들이 전직과 관계될 수 있는 직종을 개발해 전직에 활용할 수 있는 업체를 개발해야 한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홍보를 위한 기구도 설치하고 한시적 조직으로 박람회를 준비했던 한계점도 극복해야 한다.
또한 박람회 참여업체에 대해 고용보험 기금을 확대해 작업장 환경개선을 지원한다든가 산재보험을 통해 안전대책을 보장하는 식의 방안이 도입된다면 보다 많은 업체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일자리를 노인에게 나눠주는 식이 아닌 노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자리와 퇴직한 이들이 그들의 전문성을 살려 재취업 할 수 있는 일자리를 개발해 노인도 경제활동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기업과 단체 역시 노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노인일자리 박람회를 학수고대하던 지역 노인들의 취업희망이 보여주기식 정책에 더 이상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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