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최근 세 달간 여성노동 상담창구인 ‘평등의 전화’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례분석 결과에 따르면 총 624건의 상담 중 모성권 상담이 283건(45.4%)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으며, 근로조건 상담 231건(37.0%), 성희롱 상담 50건(8.0%), 폭언폭행 12건(1.9%), 성차별 4건(0.6%), 기타 44건(7.1%) 순이다.

이는 지난해 상담사례 분석 결과 근로조건 1154건(43.7%), 모성권 1129건(42.7%)과 1, 2위가 뒤바뀐 것이다.

여성노동자회는 모성권 상담이 급증한 것은 여성노동자의 현실에 무지한 정부의 실효성 없는 정책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전체 상담 중 45.4%를 차지한 모성권 상담사례는 임신 후 회사 측의 괴롭힘,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전후휴가의 일수 축소, 육아휴직 중 부당 퇴사처리, 육아휴직 후 복귀를 거부당한 경우 등이다.

또 회사 측의 퇴사강요로 인한 실업급여 지급 여부, 소규모 사업장 근무자의 육아휴직 시 직접 대체인력을 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도 있었다.

정부는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지원했지만, 대부분의 내담자는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만 가능하다면 같은 직장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혀 정부의 현실적인 인식 부족이 컸다.

대표적 공공보육시설인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모성권 침해사례도 눈에 띈다.

어린이집의 보육교사가 바뀔 경우 원아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이유로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을 주지 않았으며, 심지어 한 어린이집 원장은 퇴사를 강요했다.

이는 정부가 일하는 여성을 위해 공공보육을 확대하겠다는 것에 반하는 사례였으며, 더욱이 평등의 전화로 전화하기 전 노동부에 1차로 상담을 한 어린이집 교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아 노동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볼 수 없었다.

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정부가 사안이 크게 발생한 후 대응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사전 예방과 함께 지도 점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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