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과 재산 수준은 낮지만 정책 기준 상 정부로부터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 아동 가구의 월 소득이 수급 가정보다 최대 38만원이나 적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복지패널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달 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아동의 수가 약 67만 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체 아동가구의 약 6.5%에 해당한다.

특히 수급 가정 아동과 복지사각지대 아동을 대상으로 3년간의 월 가구소득 추이를 조사한 결과 수급 가정은 97만 원, 복지사각지대는 59만 원으로 집계됐다.

복지사각 아동 가구는 정부지원을 받는 아동 가구에 비해 최소 월 13만원에서 최대 월 38만원까지 소득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사각지대 아동·가족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실시한 결과 이들이 처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저소득으로 인한 지출부담, 부채 및 신용불량의 문제가 대표적이었다.

주로 빈곤층이 밀집한 영구임대아파트나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 곳곳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등 주거 문제도 컸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실무자 우혜연(가명) 씨는 복지사각지대 아동·가족들이 정부의 공적지원에서 소외된 원인으로 ‘실제로 도울 수 없거나 도울 의지가 없는 조부모 등의 엄격한 부양의무자 문제’를 꼽았다.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며 초등 6학년 조손녀를 돌보고 있는 박주선(가명, 66세) 씨는 “희망근로 등 차상위계층 지원내용이 먹고 사는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 오히려 식당일을 선호하지 희망근로 신청은 꺼려진다”며 비현실적인 급여수준의 문제를 토로했다.

남편의 사업실패 후 한순간에 신용불량자 및 빈곤층이 되어버려 생활고의 고통을 몸소 겪었던 임제숙(가명, 44세) 씨는 “주민센터가 주민등록등본이나 인감을 떼는 곳인 줄로만 알았지 수급자고 긴급지원이고 복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정작 갑자기 극빈층으로 떨어지게 되면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해 가족들과 발만 구르게 된다”며 정보부족의 문제를 꼬집었다.

김은정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소장은“복지사각지대 아동들은 정부 지원을 받거나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아동들에 비해 생업에 종사하는 부모의 지도 감독 부족 및 낮은 학업 성적, 인터넷 중독 등 포괄적 문제를 겪고 있어 빈곤의 대물림 등 ‘사회 지위의 고착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아동의 권리옹호를 위하여 민·관이 함께 서로의 역할을 논의하고 이들의 발굴 및 긴급지원이 가능하도록 적극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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