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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업무과중으로 인해 잇딴 자살과 과로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 하면서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업무와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세상에 드러났다.
그렇다면 일선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건강상태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매우 심각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더욱 그렇다.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등 보건복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 4명 중 1명은 유산이나 사산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고용노동부의 ‘2010~2013년 산업별 유산·사산 휴가자’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보건․복지 종사자 여성 24.9%가 유산 혹은 사산으로 휴가를 사용했다. 연도별로는 2010년 27.3%, 2011년 25.7%였다.
건강과 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일하는 여성들이 정작 본인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고 모성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복지제도가 확대되면서 사회복지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영역에서의 각종 복지 서비스 종사자들의 업무도 늘어났으나 그에 비해 종사자 근무환경이나 처우는 열악한 상황이라 정작 이들의 모성보호는 취약해 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도 근무 중 생리불순 등 여성산부인과질환을 얻은 경우가 41.4%나 됐다. 즉, 절반 가까운 여성 사회복지사들이 업무 중에 여성질환을 얻고 있는 것이다.
10명 중 4명은 질병…그러나 '방치'
사회복지사들이 업무 중 얻게 되는 질병과 사고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 2013 사회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업무로 인해 질병이나 사고를 당한 경험이 무려 38.4%에 달했다.
이중 정신적 질병은 17.2%, 육체적 질병은 16%였으며, 육체와 정신적 질병을 동시에 얻은 경우는 5.2%였다.
업무 중 발생한 질환의 대부분은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으로 조사됐다.
질환별로 보면 위장질환이 57.7%, 간장질환 6.9%, 심장질환 5.9%였으며, 특히 우울증은 59.9%에 이르렀다.
육체적 질환은 요통 및 디스크질환이 49.1%, 근육질환 58.7%, 발 질환 7.7%, 무릎 및 관절질환 25.5% 호흡기질환 31.6%였다.
불면증도 심각하다.
수면 증상 중 잠들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경우는 전체의 10.6%나 차지하고 있다. 잠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14.8%였으며, 수면 중 쉽게 깨는 증상도 21.4%나 됐다.
그러나 이같은 증상이 있어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으로 인해 치료 때문에 업무를 쉰 기간은 평균 6.19일에 불과했다.
10명 중 4명은 질병이나 사고가 일을 하다 발생해도 견딜만한 질병은 그냥 참고 넘어갔다.(41.6%)
일 때문에 기진맥진한다…한달에 한번 '소진'
사회복지사들의 건강악화는 업무 소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3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에 따르면 업무소진에 대한 평균값은 1.96점이다. 한 달에 한번정도 소진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선 사회복지인적자원연구소 박사는 "다른 직종은 업무소진 경험이 0점대인데, 사회복지사들은 평균 1~2점대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상당히 높은 수치로 사회복지사들이 업무에 상당히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 때문에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에 있다고 느껴진다'는 응답은 최대값 6점에 평균 3점에 달했다. 결국 한 달에 몇 차례씩 업무로 인한 피로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사 실질 처우 외면하는 '말로만 처우법'
업무과중으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정부에서는 2011년 3월 30일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법률만 제정됐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사회복지사들의 처우를 위해 정부에서는 미온적인 자세만을 취하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처우법을 근거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처우조례 제정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4월 20일 경기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회복지사 등의 보수를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보수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경기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경기도 처우 조례는 전국 지자체 중 첫 조례로 각 지자체의 주목을 받았다.
처우조례가 제정된 지 1년 후인 2013년 6월 28일 열린 조례제정 1주년 정책토론회에서 경기도 사회복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발표됐다.
셜문조사 결과에 떠르면 경기도 사회복지 종사자 10명 중 6명은 조례 제정조차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례 제정 후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무려 84%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례 제정에 대해서 알고 있던 응답자는 38.2%에 불과했다.
앞으로 처우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월보수액이 가장 많은 2218점으로 나왔다.
이어 고용안정(606점), 시간외수당(599점), 근무시간(437점), 연차수당(290점), 사회적인식향상(235점), 여가활동지원(211점), 육아휴직(170점), 장기근속휴가(167점), 직무역량강화교육지원(148점), 신변안전(138점) 등이 뒤를 이었다.
김도묵 남양주시동부노인복지관 관장은 “법률 및 조례제정의 내용이 부실하다. 선언적의미만 있다. 강력한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더 강력한 제도화를 통해 법을 개정하고, 국․도․시군구의 사회복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수문 경기도 의원 의원은 “우리나라가 복지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양적인 복지재정의 확충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이 이뤄지고 근로환경이 전면적으로 개선돼하며,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에 총력을 다 할 수 있도록 적정한 안전보호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녕 못한 사회복지사들 처우법 개정 서명운동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이 실적으로 사회복지사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인터넷에서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위한 법 개정 청원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조승철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장은 지난해 12월 17일 다음 아고라에 '사회복지사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하를 통해 10만명 목표로 오는 5월 31일까지 서명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정부가 사회복지 정책을 마련하면 그 실천은 현장 사회복지사들이 수행하고 있다. 즉,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사회복지사들이 실천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처우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사회복지 현장에도 만연한 실정이고, 과로와 격무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지난해에 몇 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불행도 있었다. 또 사회복지사들이 폭언과 폭행 심지어 서비스에 불만 품은 사람이 휘두른 칼에 난자당하는 일도 있었다. 사회복지사 뺨때리는 일 정도는 흔하다. 상담소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지른 사건 등 목숨을 내놓고 해야 하는 직업이 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게다가 3~5년 단위로 정부위탁사업을 평가해 수탁사업자가 변경되면 사회복지사들의 신분보장이 어렵다. 주기적으로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는 잠재적 실업자다"라고 지적했다.
조승철 회장은 "정부는 사회복지사들의 이러한 점을 감안해 감사하게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면서 이법 제3조를 문제 삼았다.
처우법 3조에 따르면 사회복지사들의 보수수준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사 등의 보수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보수수준에 도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 규정하고 있을 뿐 ‘동일하게 지급한다’라고 의무화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이법의 취지가 사회복지단체, 법인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등을 사회복지전담공무원과 동일한 위치로 인정하면서 보수지급은 노력한다는 수준에 멈춰버렸다"고 질타했다.
그는 "보수가 사회복지전담공무원과 동일하다하더라도 사회복지사들은 공무원과 달리 연금혜택이 없다. 결국 사회복지사들에게 무력감을 안겨주고, 사기를 꺾는 독소조항이 아닐 수 없다"면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업무에 치여도 "나는 행복하다"
사회복지사들은 업무에 치이고 건강상태가 악화돼도 주관적으로는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기초통계연감에 따르면 이용시설 사회복지사 47.9%가 '건강한 편'이라고 응답했으며, 보통이다 29.6%, 매우건강하다 11.8% 등 건강하다는 응답은 89.3%에 달했다.
반면 건강하지 않다는 응답은 10.7%에 머물렀다.
스트레스 또한 양호하다고 답했다.
지각된 스트레스의 평균값은 1.79점으로 보통(2점)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었다.
긍정적인 내용 중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다고 응답한 경우 '능숙하게 일처리한다' 1.66, '모든 일이 잘 진행돼 간다' 1.76, '화를 조절한다' 1.75, '일이 잘 풀려나간다' 1.80 등이었다.
부정적인 내용에 있어서도 스트레스는 평균 2점 이하로 양호한 편이었다.
지각된 스트레스를 보면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한 혼란을 겪은 경우'는 평균 1.94, '중요한 일을 통제 못한다' 1.55,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낀다' 2.15, 어찌할 수 없는 일로 화가 난 경우' 1.89, '극복하기 어려운 일로 어려움' 1.66 등이었다.
자아 탄력성에서도 평균치 이상이었다.
조사결과 자아탄력성의 평균값은 2.71점으로 보통수준인 2.5점을 넘어 뛰어난 수준을 보였다.
자아탄력성 가운데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다' 3.03점, '동료에게 너그럽다'가 2.99점으로 주변인들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았다.
이어 '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편이다(2.97)', '행동하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한다(2.92)', '갑자기 놀라는 일도 잘 이겨낸댜(2.83)',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나도 빨리 괜찮아진다(2.72)' 등 순이었다.
주관적 행복감에서도 10점 만점에 평균 6.67점으로 평균(5점)이상으로 행복감을 느꼈다.
조사결과 7점에 응답한 경우가 28.3점으로 가장 많았으며, 10점 만점에도 1.9%가 응답했다.
반면 0점과 1점은 각각 0.1%에 그쳤다.
업무에 대한 행복감은 생활(주거)시설 사회복지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주관적 건강상태에 대한 물음에 50.5%가 건강하다고 응답했으며, 매우 건강하다고 응답한 경우도 9.5% 등 전체 60.1%가 건강하다고 답했다. 보통은 31.6%였다.
건강하지 않다는 7.7%, 매우 건강하지 않다는 0.6%에 불과했다.
지각된 스트레스는 4점 만점에 평균 1.76점이었다.
자아탄력성은 4점 만점에 평균값 2.72점으로, 보통수준인 2.5점보다 약간 높았다.
주관적인 행복도도 10점 만점에 평균 7.08점으로 보통수준(5점)이상으로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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