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해 남편이나 남자친구

7일 한국여성의전화는 2013년 1월 1일 부터 12월 말까지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의해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123명,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75명이다.

이와 같은 범죄를 막다가, 혹은 막았다는 이유로 자녀나 부모 등 무고한 30명도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다.

결국 최소 3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하고 있으며, 미수까지 포함하면 2일에 1명 꼴로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당하는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령별로는 40대가 33.1%로 제일 높았고, 다음으로 50대 22.7%, 30대 14%, 20대 9.5% 순이었다.

가해자의 범행동기는 피해 여성들이 헤어지자고 했을 때 살해하거나 미수에 그친 경우가 65건으로 제일 많았고, 싸우다가 우발적으로 피해여성을 살해하는 경우가 52건,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만났다고 의심했을 때 29건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외도를 의심해’, ‘다른 남자로부터 게임문자가 많이 와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서’, ‘무시하는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여성의전화는 “이 같은 범행동기는 가해자가 진술한 것으로 면피용 발언에 불과하며, 거의 모든 사건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처럼 보이게 한다”면서 “사실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해자들은 피해자에 대한 정보와 취약한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계획적인 범행을 하기에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근거로 ▲동거하던 가해자가 계속 괴롭혀 이사하게 된 피해자를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행을 계획해 살해하거나 ▲3년 전 이별을 통보한 애인에게 앙심을 품고 자주 괴롭혀 오다가 피해여성의 집에 찾아가 살해한 사건 ▲친구 집에 숨어있던 피해자를 찾아가 살해하고 친구도 살해하려고한 사건 등을 들었다.

여성의전화는 “가해자들은 친밀한(친밀했던) 관계에서 파악한 정보를 피해여성들이 헤어지자고 했을 때 스토킹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토킹범죄는 현재 경범죄처벌법의 ‘지속적 괴롭힘’으로 처벌 가능하다. 하지만 피해 처벌은 벌금 8만원에 불과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스토킹방지법안은 스토킹범죄의 정의가 협소하고 보호처분 위주인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여성의전화는 “이것은 스토킹을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애정공세로 보아 사소하게 인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여성의전화는 “지속적인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다가 피해여성을 엘리베이터로 밀어 떨어뜨려 살해하거나, 자신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다고 살해하는 등 스토킹 범죄는 살인에 이르는 심각한 범죄”라며 “이에 스토킹의 정의를 확대하고, 형사처벌 원칙으로 하여 스토킹을 범죄행위임을 분명히 하는 법안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피해여성 이외에도 자녀, 친인척, 친구 등 15명이 목숨을 잃었고, 16명이 목숨을 잃을 뻔했다.

가해자와의 관계는 전체 피해자 30명 중 자녀가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모·형제·자매가 9명, 동료․친구 6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5년간 관련 범죄 보도에서 취합한 누계는 애인이나 남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 수는 최소 452명이며, 미수에 그쳐 생존한 여성은 최소 203명이다.

자녀와 부모 등 주변사람을 포함하면 최소 530명이 목숨을 잃었고, 267명은 살아남았다. 총 797명이 이 범죄에 의해 목숨을 잃었거나 겨우 살아남았다.

여성의전화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에 대한 차별의 극단적인 표현이며, 여성의 생명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인 동시에 사회적 범죄행위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면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피해자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과 올바른 지원 정책 마련, 강력한 여성폭력 예방 대책의 수립과 집행에 힘써야 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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