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는 애국가를 입이 아닌 손으로 부르는 사람들을 만나볼수 있었다.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농아인 중학생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국민의례에 맞춰 애국가를 제창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서 그들은 비록 장애인이지만 그들도 분명한 대한민국의 국민에 한 사람임을 다시금 실감케 해 주었다.
제대로 된 혜택을 받고 있지도 못하면서도 그들은 나라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정부는 또다시 배신의 칼날을 내리쳤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특수교육기관의 방과후 학교에 대한 국고 지원금을 올해 전액 삭감하면서 교사들의 연봉과 학교 운영비가 크게 줄어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 특수교육기관의 방과후 교실운영 예산으로 20억원을 신청했으나, 국회의 승인을 받지 못해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운 조치였다.
교육부와 지방 교육청들은 지난해 특수학교 방과후 교실에 대한 지원금을 절반씩 나누어 내기로 하고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전국 250여개 특수학급 3천여 명을 대상으로 방과후 교실을 시작했다.
이번의 예산 중단 여파는 막바로 지방자치단체로 떨어져 내렸다. 지방교육청의 방과후 교사들 연봉이 하루아침에 천 4백만원에서 5백만원 가까이 줄어들었고, 방과후 교실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간식비와 시설 운영비 등이 지원되지 않는 등 방과후 교실 운영이 큰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이에 많은 장애인 부모들의 원망의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교육부는 특별교부금 20억 원을 다음달 중순까지 지원할 계획이라며 뒷수습에 나섰다.
특수학교의 방과후 교실이 운영되어 장애가 있는 자녀를 그 곳에 보내면서 자신이 일할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어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어 좋았다던 한 장애인 부모는 “정부의 배신으로 또다시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길 곳을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이 곳에서 근무하던 교사들도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다. “갑작스러운 조치에 이 곳에서 일하는 것이 무슨 아르바이트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며 “실제로 지금의 여건으로는 일하는 것자체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이 나온다면 올해는 그럭저럭 넘어갈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년 예산에도 반영될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현재 교육부는 단계적으로 지방 교육청에 운영을 일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복지국가를 건설하겠다던 정부가 그리고 장애인들, 그것도 장애를 견디며 성장해가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배정되던 예산을 국회가 승인해 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시금 비애감을 장애인들에게 안겨줄 만한 사건이다.
더욱이 이를 추진했던 교육부가 국회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좋은 뜻에서 시작한 사업을 칼로 무를 베듯이 잘라버렸다는 사실과 그 책임을 순차적으로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려는 행위는 책임회피로 밖에 볼수 없다.
새싹들 중에는 이파리를 다친 것도 있고, 줄기가 꺾인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하나같이 소중히 알고 보살피면 그들 하나하나가 커다란 나무로 성장해 가게 된다.
장애인 학생들도 분명 소중한 우리의 미래이다. 그들이 지금 아프고, 힘없다 해서 무시한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무시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특수학교 방과후 교실의 운영을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국회가 나서서 예산지원을 끊고, 책임을 이양하려는 몰상식스러운 행위를 한다는 것은 파렴치한이 되려고 작정하고 나서는 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시 추경예산이라도 배정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심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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