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장애인참정권문제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동편의 지원 및 인적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험하는 장애인들은 아직도 투표편의가 부족하며,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4지방선거장애인연대는 각 장애인 협회 대표자들과 오지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관을 초청해 19일 오후 2시 이룸센터 다목적프로그램실2에서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애인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마련했다.

이찬우 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장애인 예비후보자의 활동을 보조하기 위해 보조인 1명으로 제한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라고 꼬집었다.

김현철 농아인협회 과장은 18대 대선 SNS에서 불거졌던 TV대선토론회를 예시로 들며, 선거자들의 날선 공방 시 수화통역사들이 정확하고 빠른 정보전달을 청각장애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선관위는 현재 수화용 선거책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강제이행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청각장애인들에겐 제1모국어는 수화라 한글로 된 홍보책자를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이는 마치 외국에 가서 외국어로 된 정보를 제공하며 ‘우리는 최소한의 정보제공을 했다’며 만족하는 꼴과 같다”고 비판했다.

김 과장은 “지난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중구 선거구의 수어형 QR코드는 제작비용이 적고, 후보자들의 공약 및 경력에 대한 정보전달이 탁월했다”라며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하성준 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시각장애인들이 투표 시 겪는 불편을 토로하며 “선관위가 약속한 1인 1용구보다 도장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 왜냐면 도장 사이즈와 기표지 홈의 크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하 국장은 “시각장애인들은 정확하게 홈 안으로 도장을 찍는 것이 힘들고, 찍는 과정에서 손에 묻은 인주가 기표용지에 묻는 경우가 다반사라 무효표로 이어지는 염려도 있다”면서 “미국에서 시행 중인 천공방식 또는 스티커를 이용한 방식 등을 제안하며, 기표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치훈 장애인부모연대 정책연구실장은 물리적 접근성 위주의 장애인 참정권 담론도 중요하지만 인지적 접근성의 담론도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발달·지적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성 질환 환자까지 투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주민투표법에서 ‘금치산선고를 받은 자’는 투표권을 박탈하도록 규정돼 있는 점에 대해서 법 개정을 주장했다.

금치산자는 지난해 7월 민법 개정을 통해 성년 후견제도가 도입·시행됨에 따라 사라졌지만, 이미 금치산선고를 받은 사람은 종전의 규정을 적용하도록 돼 개정 민법 시행일로부터 5년까지 그 인용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개정 민법 시행 후 5년이 되는 2018년 7월 1일까지 공직선거법 등의 금치산선고에 따라 투표권이 박탈되는 독소조항인 것이다.

여준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시설 장애인들의 장애인참정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일부 장애인시설은 선거 후보자와 공모해 거소자 투표를 동의 없이 신청해 대리투표하는 경우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면서 “올해 선거법 개정으로 10인 이하의 장애인시설에 투표소를 만들 수 있다. 위계질서가 뚜렷한 시설에서 강압적인 투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 철저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관위가 지난 2월 발표한 장애인용 신형 기표대는 장애인참정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희망법이 지난 6일 선관위를 상대로 비밀투표가 보장되며, 장애인유형에 따른 기표대 제작을 촉구하는 구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선관위는 신형 장애인용 기표대의 앞쪽에 임시 기표판을 부착해 양팔과 상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기표할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수경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