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A복지시설을 상대로 한부모가족지원법 및 사회복지사업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해당 시장과 구청장에 시설의 인권침해 부분에 대해 행정지도와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진정인의 피해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위해 대한변호사협회에 피해자에 대한 법률구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앞서 임신 23주째에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의 기본생활지원형 A시설에 입소한 진정인 L 씨는 지난해 4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시설 측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었다.

L 씨는 “임신 23주째 양수과다증과 조산위험으로 인해 시설 측에 정밀초음파 검사를 요청했으나 허락하지 않았다”면서 “사산하기 전 날과 당일, 복부통증과 출혈이 있어 산부인과에 갈 것을 요청했으나 시설 측은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A시설의 원장은 “진정인의 양수과다증과 조산의 위험은 알고 있었다. 정밀초음파 검사를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정기적으로 내원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25주 이상 된 산모에게 정밀초음파 검사가 소용이 없다’고 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또 “사산 전 날 진정인이 통증을 호소해 직접 상담을 진행했으나 통증이 사라져 괜찮다고 해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사산 당일은 진정인이 서두르지 않아 시간이 지체됐고 만약 응급상황이었으면 구급차량을 불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H복지회에서 운영하는 A시설은 법령상 배치 의무 있는 간호사에게 법인 회계직 업무를 겸직시키고, 진정인 입소 이후에 간호사가 진정인과 상담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 내부 운영일지에 산모가 양수과다와 조산위험의 위험성 기록은 있지만, 전문 간호사가 아닌 직원이 그간 경험에 의존해 상담을 진행해 신속한 조치가 행해지지 못한 것이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소속된 법인이 자격을 갖춘 간호사를 임명하고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도록 하였고, 양수과다와 조산위험으로 요주의 산모였음에도 불구하고 통증과 출혈 증상이 나타난 지 2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에 데려갔던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진정인과 태아의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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