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문학을 대표하는 솟대문학은 2014년 봄호에서 ‘표절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문학’의 구체적 사례를 고발하고, 표절이 행해지는 현상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전문가와 진단해 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솟대문학 측은 “장애문인 작품이 표절의 표적이 되는 원인은 장애인 작가는 무명에 가깝고, 밝혀진다 하더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회에 만연한 표절문제를 방치한다면 장애인문학이 피폐해질 것이란 판단에 공개적으로 장애인문학 표절 사건을 논의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준엽 뇌성마비 시인

솟대문학에 따르면 10여년 전부터 뇌성마비 시인 김준엽 씨의 시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으로 둔갑해 시인 윤동주, ‘좋은생각’ 발행인 정용철, 작자미상 등의 이름으로 인터넷에 떠돌아다녔고, 지난 2013년 김준엽 시인의 활동보조인이 발견해 세상에 드러났다.

또 1987년 발간된 전신마비장애 김옥진 시인의 시집 ‘산골소녀 옥진이 시집’에 수록된 ‘기도’라는 시가 변영인 교수의 시집 ‘그대의 강가에 서서(2000년)’에 ‘기도1’로 50%이상이 표절된 상태로 실렸다.

이어 제8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당선 수상작 단편소설인 지체장애 이용석 작가의 ‘바리데기꽃(1998)’은 2002년 제1회 전국 고교생 소설백일장에서 김해 A여고 김 모 양이 표절해 대상을 수상했다. 김 모 양은 이 수상경력으로 대학교를 특례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욱 장애인문학 작가는 “장애문인의 시를 이용해 그들이 크게 돈벌이나 명예를 얻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 작품은 쉽게 표절해도 된다는 인식이 큰 것 같아 씁쓸하다”면서 “장애인 작품 표절은 가장 비열한 지식 도둑질이다”고 강조했다.

허혜정 문학평론가는 “김준엽 시인의 도둑맞은 작품은 자본주의 속에서 타인의 삶과 상처, 언어 모든 것을 재료 삼아 권력과 이름을 쟁취하는 타락한 세상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승재 소설가는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사법영역이지만, 장애인의 저작권은 사회법영역이라 봐야 한다”면서 “비장애인작가에 비해 불리한 점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 작가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방귀희 솟대문학 발행인은 “장애인문학 표절에 대한 실상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돼 장애인문학을 보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3일 솟대문학 측은 김준엽 시인의 표절 작품을 세상에 알리고 저작권을 원작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기로 했었다.

하지만 김준엽 씨가 직접 작품을 썼다는 것을 입증할 방법이 없고 저작권을 돌려받을 뚜렷한 법적 방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귀희 발행인은 “앞으로 솟대문학에서는 김준엽의 시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을 원작과 번안한 영시로 게재할 것이며, 김준엽 시인의 이름으로 활자화한 것에 의미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수경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