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성의식이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성의식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성희롱 사건은 주로 상급자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직급이 낮은 여성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클라이언트로부터의 성희롱과 함께 동료로부터 피해도 감수해야 하는 등 이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복지사가 여성 노인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일도 있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시설 내 상급자 지위 이용 성희롱…학교사회복지사 심각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성희롱이나 성폭력 사건은 주로 장애인시설이나 노인복지시설 그리고 아동복지시설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학교사회복지사들의 성희롱에 피해가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성희롱이나 성폭력이 지위를 이용한 성적 굴욕감을 주고 있으나 피해를 보는 쪽은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재발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사 상급자가 하급자에 대한 성희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복지사들 간의 성피해는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학교사회복지사들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강은애 상지대 교양학부 강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과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클라이언트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경험하는 비율은 각각 6.4%와 10.5로 가장 많다.

 

반면 학교사회복지사의 경우 상급자로부터 성희롱을 경험하는 비율이 9.8%로 가장 높았다.

 

학교사회복지사들이 상급자로부터 당하는 성희롱은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과 비교해볼 때 충격적인 결과다.

 

이명규․김종진 조사에 따르면 보건의료산업 종사자의 2.3%가 의사로부터, 1.3%가 상급관리자로부터 성희롱을 경험한 바 있다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012년 실시한 공공기관 성희롱 실태조사에서도 공공기관 종사자의 3.8%가 지난 1년간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와 비교할 때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성희롱 경험은 평균 3.8배에 달한다.

 

강은애 강사는 "더 큰 문제는 이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회복지 종사자를 가해자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안전망이 부재하다는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강 강사에 따르면 피해경험자들의 단 6%만이 피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받았으며, 80% 이상의 피해경험자들은 기관이나 가해자에 대해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은 채 '참고 넘겼다'고 했다.

 

강은애 강사는 "가벼운 정도의 피해라고 판단할 경우 특별한 요구는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의 피해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일터를 점차 안전하지 못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설별로 실태를 보면 동료들로부터 성희롱(성추행 포함)은 이용시설이 1.8%, 생활시설 1.4%, 재단 협회 단체 2.7%, 학교 3.2%, 전담공무원 2.8%다.

 

상급관리자로부터 성희롱은 이용시설 2.7%, 생활시설 1.8%, 재단 협회 단체 1.4%, 학교 9.8%, 전담공무원 3.9%다.

 

지난 1월에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손 모 사무총장은 사내 메신저를 통해 직원들에게 남녀 주요부위가 드러난 사진과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영상을 보내 파문이 일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지부가 속한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에 따르면 손 총장이 지난해 12월 초부터 올해 1월 말까지 30차례에 걸쳐 체육회 전직원과 가맹경기단체에 보낸 사내 인터넷 메신저 쪽지 내용 중 여성의 전신노출 사진과 남성의 성기노출사진, 성행위를 연상케하는 동영상 게임이 포함돼 있었다.

 

손 사무총장은 “메일링으로 받아보는 글 내용이 좋아서 직원들에게 격려차 보낸 것인데, 미리 확인하지 못해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사회복지사가 여성 노인을 성폭행 사건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 2012년 한국여성의전화가 60세 이상 내담자의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피해자 중 성폭력에 해당하는 19건 모두 가해자는 아는 사람이었다.

 

아는 사람의 범주에는 남편,  데이트 상대, 같은 동네 사람, 아는 남자, 초등학교동창, 교회신도, 친아들, 세입자, 소개팅 남자 등이었으나 여기에는 '사회복지사'도 포함됐다.

대한민국 뒤흔든 '도가니 사건' 여전

특히 장애인복지시설의 경우는 성폭력은 더욱 심각하다. 장애인들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도가니' 사건이 그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도 이같은 사실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포항다소미집에서는 운영책임자들이 시설 내 여성장애인들을 상대로 성폭력 등의 행위로 해임됐다.

 

지난해 6월 시설장과 사무국장 등을 가혹행위가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증거불층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법인 이사회는 각종 가혹행위 의혹과 예산 무단전용 등을 이유로 시설장 등을 해임하고 새로운 시설장과 사무국장 등을 선임했다.

 

그러나 시설장 등은 여전히 포항다소미집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22일 경기도 내 장애인시설 원장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협의로 구속됐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에 따르면 일부 장애여성들이 원장으로부터 언어폭력, 신체폭력 등을 직접 겪었거나 원장으로부터의 폭력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더 이상 시설 내에서의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월 27일 경기도 한 장애인시설 운영자 김 모 씨도 지적장애인들을 성폭행한 혐의(사기 및 장애인 강간 등)로 구속됐다.

 

김 씨는 지난 2012년 12월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경기도의 한 장애인시설에 거주하는 박 모(38·지적장애 3급·여)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성폭행하는 등 2010년부터 최근까지 시설 내 지적장애인 9명을 수십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전북의 한 장애인복지시설 전·현직 원장들이 원생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 시설의 전직 원장인 C씨는 원생들을 수차례 성폭행한 정 황이 포착되면서 직원들에 의해 경찰에 고발됐고, 보호작업장 원 장인 K씨는 지난 2012년 10월 전주시청으로부터 고발당했다.

 

한편 장애인시설에서는 이용간의 성희롱 사건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박영숙 장봉혜림원 운영지원실 실장은 최근 전국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지킴이단 모범 운영사례 발표회에서 시설이용자 인권현황 점검과정을 발표했다.

 

박 실장에 따르면 2012년 시설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면접 조사에서 ‘남이 몸을 만졌냐’라는 질문에서는 상반기의 경우 100명 중 7명(7%)이 ‘그렇다’라고 답했으며, 하반기에서는 99명 중 31명(31.3%)으로 훌쩍 늘었다.

 

주요상황으로는 “D씨가 엉덩이를 만졌다”, “E씨가 뽀뽀를 했다”, “F씨가 중요한 부위를 만졌다”, “G씨가 자주 몸을 만졌다, 그러나 싫진 않다” 등 역시 이용자간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지난 3월 12일 울산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울산의 한 장애인작업장에서 수년 동안 남성 작업자들이 여성 작업자들을 성추행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애인작업장의 전·현직 여성 근로자 4명으로부터 "남성 작업자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피해 여성들은 모두 지적장애인이며,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지적장애인 2명과 지체장애인 3명 등 총 5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성추행은 지난 2006년부터 2012년에 사이 이뤄졌으나, 확인된 성추행은 피해 여성마다 1건씩이다.

요양보호사 10명 중 1명 꼴 성희롱 피해

노인복지시설에서의 성 피해도 마찬가지다.

손숙미 새누리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3809명 중 성희롱 피해경험자가 487명(12.8%)이나 됐다.

 

요양보호사의 100명 중 13명 꼴로 성희롱 피해를 당한 것이다.

입소시설에서는 가끔있다와 종종있다가 각각 12.0%, 8.6%였으며, 거의없다와 전혀없다는 각각 19.4%, 58.0%였다.

 

재가기관은 가끔있다, 종종있다가 각각 7.3%, 2.5%였고, 거의없다, 전혀없다는 15.6%, 72.9%로 집계됐다.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487명 중 재가서비스 종사자는 271명(56%)으로 환자를 직접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들이 성희롱 피해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희롱 피해사례를 보면 서비스대상인 환자로부터 피해를 입은 비율이 82.3%였으며, 환자의 가족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경우도 13.3%에 달했다.

 

특히 재가서비스를 하는 요양보호사가 환자가족에게 피해를 당한 경우는 54명으로 입소시설의 피해자(11명)보다 5배 가량 높았다.

 

손숙미 의원은 “요양보호서비스를 받는 일부 노인환자 중에는 성희롱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요양보호사, 서비스대상자, 사업자 모두에게 성희롱 등의 예방교육을 보다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면서 “관계당국은 성희롱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도 넘은 사회복지시설 性 불감증 '철퇴'

사회복지시설에서 성폭력범죄가 발생한 경우 해당 시설이 폐쇄된다. 이같은 내용의 사회복지사업법은 지난 2012년 8월 5일 시행됐다.

 

법은 사회복지시설 내에서 시설의 장에 의해 시설 거주자 또는 이용자에 대한 성폭력범죄가 발생한 경우 해당 시설을 폐쇄하도록 했다.

 

동일한 위반행위가 다시 적발될 경우 가중처분 하는 기준이 되는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되고, 성폭력 범죄는 5년으로 확대해 더 엄격한 처분을 받도록 했다.

 

노인장기요양기관에서 수급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폭행, 성희롱 행위가 발생해도 즉시 지정취소 또는 폐쇄명령 처분이 내려진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 2월 14일부터 개정·시행됐다.

 

또 앞으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는 영원히 교단에 설 수 없게 된다.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11개 관계 부처는 지난 2월 26일 이런 내용의 성폭력·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 2014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도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해임, 파면 등으로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김영진 교육부 학교폭력대책과장은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화해 경미한 성범죄에 연루됐더라도 다시 교단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시설 내 성폭력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매년 장애인 시설을 대상으로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장애인 복지법을 개정해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신고의무자를 현재 장애인 복지시설 종사자 외에 가정폭력 상담소 및 성매매피해 상담소 종사자, 장애인 활동보조인력 등으로 추가된다.

 

또 전자발찌가 성범죄의 재발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15년 개발을 목표로 지능형 전자발찌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능형 전자발찌는 비명소리, 격투음 등의 소리 정보와 평소 이동패턴, 범죄수법 등을 실시간으로 종합해 중앙관제센터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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