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 제24조에 따른 악용사례를 중지하기 위해서는 정신장애인의 입원기간 단축과 보호의무자의 범위 축소를 시행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정신장애인들이 퇴원 후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재활시설과 일터를 확대, 장기적으로는 지역 정신보건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신보건법바로잡기공동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정신보건법 제24조의 악용사례를 놓고 ‘정신보건법 폐지와 권리보장,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 하에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정신보건법 제24조란 보호의무자 2명이 동의하고 정신과 전문의 1명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하면 본인이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다.

지난 1월 14일 박경애 외 3명은 정신보건법 제24조에 의한 강제입원 조항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헌법재판소에 법 제24조 제1항 등에 대해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법률조항 자체에 의한 발생이 아닌 강제입원조치라는 구체적 집행행위가 있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며 각하한 바 있다.

염형국 공감 변호사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정신보건법 개정방향으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제도의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 개선사항으로 입원·치료를 기준으로 목적을 구분해 입원분리, 법원에 이의제기신청 및 계속입원심사청구, 보호의무자 범위 축소 등을 설명했다

또 ▲국공립정신병원 및 정신건강증진센터 위탁 제한 ▲정신장애인의 권리 강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수행 ▲정신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 지원서비스 ▲정신요양시설의 설치 및 운영과 정신의료기관의 시설기준 축소 등을 제시했다.

염 변호사는 실제 강제입원 된 환자들의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들을 발표했다.

사례로는 아이를 출산하고 2개월 지난 산모를 침대에 묶어 대형 기저귀를 채워놓은 채 40시간 이상의 강박 조치한 사례, 화장실과 샤워실에 CCTV 설치, 하루 8시간을 간병·주방·원예·세차 등을 작업치료 명목으로 노동시킨 사건 등이다.

이정하 파도손문화예술협동조합원은 “대학병원과 동네 병원을 막론하고 과다처방·과잉진료를 해 환자들은 심각한 약물 중독에 빠져있다. 강제입원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공황발작, 폐쇄공포증 등이 시작됐으며, 사회복귀 좌절 및 경제력 상실을 겪고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 관계자는 “정신장애인은 대인관계 기술이 부족하고 폐쇄적인 생활을 해 활동보조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은 가해성이 높다는 이유로 정신장애인들의 보조를 꺼리는 실정”이라며 “활동보조인 교육제도가 발전되고, 가해성이 높고 낮은 장애인의 장애등급에 따라 활동보조제도의 본격적인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신장애인의 가족도 정신장애인 못지않은 경제적·심리적인 피해를 호소했다.

박환갑 파도손문화예술협동조합원은 “정신장애인의 가족들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밖으로는 주위의 시선에 두려워 발병 사실을 숨기거나, 발병원인, 치료법이 규명되지 않은 채 반복되는 현실의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안으로는 가족을 강제입원이란 방법을 동원해 당사자에게 또 다른 트라우마를 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씨는 “제24조에 대한 부분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악용의 사례들이 분명히 존재하니 심사를 강화하고 입원 기간을 축소하는 등의 제도적인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공대위는 정신보건법 개정의 성공사례로 1998년 정신병원을 대신해 지역 정신보건센터를 설립한 이탈리아를 꼽았다.

센터는 입원이 아닌 치료를 목적으로 하며, 입원치료 필요한 환자가 입원을 거부하는 상황에는 의사 2명의 진단,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판사의 심사를 거쳐 센터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

다만 14일 이내에 퇴원시켜야 하며, 그 이상의 입원은 금지된다. 이탈리아의 강제입원 비율은 8%이며, 90%이상의 환자들은 스스로 판단해 입원했다.

이러한 개방형 정신보건법 시스템 도입으로 비용지출이 늘어났지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의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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