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근로자의 날 행사 준비로 분주한 사람들 속에 서울시청 앞에서 3월말부터 노숙농성을 계속 해오던 장애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활동보조인제도화를 외치며 추운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노숙을 하며 머리를 삭발하고 한강대교를 기어서 종단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달랐다. 그들의 얼굴에서 한껏 들뜬 마음과 표정을 읽을수 있었다.

보고대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는 “드디어 서울시가 백기를 들었다”라는 한마디 말과 함께 그간의 투쟁과 고통을 보상받기라도 한 것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오후 1시가 지날 때쯤 단체 관계자가 달려와 “드디어 받아왔다”고 외쳤다. 장애인들은 환호했다.

서울시가 그동안 장애인들이 외치던 활동보조인제도화에 대해 보건복지부, 국회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관련법의 제·개정 내용을 적극 반영해 시(市) 조례로서 제정하고 이것이 미흡할 경우 장애인단체·센터 등과 협의기구를 마련해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장애인의 권리로 인정하는 등 부족한 내용을 연내에 시 조례로 제정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답변서를 공문화해서 보내왔던 것이다. 

하지만 시청에 붙여진 하이 서울페스티벌이라는 현수막아래서 기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서울시는 이렇게 권리로서 인정할 것을 왜 지금까지 끌고 왔던 것일까? 그리고 진정으로 인정을 하겠다는 것일까? 지금까지 서울시는 보여주는 행정을 참 좋아한다고 생각해 왔던 터였기에 더욱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혹시 그들은 5월의 많은 행사가 치러질 시청 앞 광장에 장애인단체들의 시위가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봤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권리를 인정해주고 답변서를 보내줄 것이었다면 그들이 더 많은 고생을 하기 전에 좀 더 많은 대화의 자리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산이라는 큰 벽 아래 서울시는 노력중이라는 말을 되풀이 해왔었다. 많은 법안과 제도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답변 또한 많았다.

기자의 이런 생각 때문일까? 오늘의 승리가 상쾌하지만은 않다. 과연 그들이 약속한 답변서의 내용처럼 국회에서 관련법이 제정되지 못해도 협의기구를 마련해 장애인들의 권리를 인정해 줄 것인지에 덜컥 의심부터 들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길거리로 나선 장애인들에게 "노력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보며 논의해 보자"라는 형식적인 발언과 약속들이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들 그들도 알고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답변서가 모든 것을 대변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것이 시작이다”라는 말을 외친다.

보고대회에 참석한 민중가수는 축가를 불러주기 위해 나온 자리에서 이렇게 기쁠 수 있는 자리에서 왜 맘껏 기뻐하지 못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과거 많은 상처와 약속들이 번복되었었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의 결과에도 쉽게 기뻐하지 못하고 다음의 싸움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진정한 쟁취의 기쁨은 언제쯤 찾아올지 의문이 든다.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서울시장은 자신이 물러날 때까지 과연 어느 정도의 책임을 다 할 수 있을 건인가.

정부 각 부처에 담당자들이 자리를 옮길 때마다 장애인들의 투쟁과 고통은 다시금 반복되어져 왔다. 책임 회피라는 말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때만 잘 버티고 견디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아직도 공무원 사회에서는 존재하고 있다. 물론 단 한사람이 이 오래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다.

더 이상 미안해만 하는 정부와 그런 정부를 원망만 할 수밖에 없는 당사자의 모습은 이제 사라져 주길 바랄 뿐이다.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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