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3시15분, 제주시 화북1동 소재 모 마트 앞 공터에서 치매로 수년간 힘든 투병생활을 하던 우 모씨(71)가 농약을 마신 후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유서에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라는 말이 적혀 있었으며 우씨는 치매뿐 아니라 우울증 증상까지 보이고 있었다 고 경찰은 전했다.
노인이 되면 건강이 쇠퇴 할 수밖에 없고 작은 사고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아픈것도 서럽지만 마음놓고 아플 수 없는 사실이 더 처량하다고 하소연한다. 치매나 중풍같은 중증질환을 앓게되면 그 집은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침울하기까지 하다. 후에 뒤따르는 가족의 부담감으로 누워있어도 편하지 못하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핵가족화는 심화되고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등 사회여건이 변화되고 있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간병을 가족이 직접 수행하거나 유료 간병인을 고용하는 형태로 해결하고 있어 간병에 대한 부담과 의료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 두 가지를 보호자가 책임져야 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부담과 간병에 대한 부담이 결국 가정불화와 노인부양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달 열린 의료기관 간병서비스를 위한 토론회에서 만난 황나미 연구원은 "간병은 의료기관의 간호서비스 체계 내에서 팀 접근을 통해 제공할 수 있으므로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는 보호자 없는 병동시스템을 구축해 사회적 수요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바 있다.
즉, 간병을 자식과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수행하고 부양자는 말 그대로 병원비와 부양을 위해 다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 이 같은 사회복지 시스템 정착으로 아들이 아픈 부모를 위해 직접 병수발 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하니 우리사회가 바퀴 빠진 꼴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간병이 요구되는 환자이나 간병비용의 큰 부담으로 적절한 간병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될 수밖에 는 노인들의 증가도 결국 양극화해소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며 간병서비스를 사회제도화하기 위한 방안모색은 필연성을 갖는다.
황나미 연구위원은 "일반인에 대한 간병활동을 간호. 간병 인력으로 팀 체계에 의한 전인적 간호서비스(total care)로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3년 병상에 효자없다는 말도 간호와 병수발에 전문적이지 못한 일반인들이 어느 날 느닷없이 간병에 투입되고 경제적 부담까지 겪어야 하는 이중고에서 생겨난 말일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수발하고 부양해야 함이 당연하지만 환경의 변화로 돈이 경제력이 없으면 좋은 치료도 할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자식이나 보호자가 간병에 투입되는 것보다는 경제활동을 통해 좋은 환경에서 간병받을 수 있는 환경조성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현재로서는 간병인을 고용하는데 대한 비용부담이 지나치게 많아 차라리 가족이 나설 수밖에 없지만 이 같은 문제에 정부와 시민단체, 노인단체, 기업이 나서 준다면 적어도 '마음놓고 아플 수도 없다'라는 노인들의 푸념은 사라지지 않을까 한다.
노인은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먼 미래의 우리 문제라는 정확한 인식이 고령사회를 극복하고 노인복지를 앞당기는 일일 것이다.
고령사회니까 미국이나 일본이 그러했으니까 우리도 노인복지를 위해 뭔가를 해야한다는 정책적 수혜가 아닌 노인이 살기좋은 사회가 건설 돼야 할 것이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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