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파복지사업소 김용년 원장

 최근 급속한 인구 고령화 현상과 함께 치매, 중풍 등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장기요양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 최근 몇 년간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작업을 급진적으로 추진한 결과 ‘노인요양보험제도’라는 명칭으로 공적노인장기요양보장시스템이 수립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계에서는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우려와 근심의 목소리가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노인요양보험제도의 도입은 기존의 노인복지제도 및 가족의 노인부양체계와 사회보장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요양보험제도 시안을 중심으로 사회복지계의 우려와 근심의 목소리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기본이념은 제도의 기반

정부에서 발표한 공적노인요양보장체계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자립생활 지원 및 삶의 질 향상’과 ‘가정을 근간으로 한 효 문화 조성’을 그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요양보호의 사회화’와 ‘가족제도의 유지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면 보험료를 지불한 만큼 당연한 권리로 급여를 보장받게 되고, 이는 노인요양에 대한 가족의 책임을 약화시켜 가족제도의 유지발전이라는 기본이념을 무색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노인요양보험제도가 기본이념에 충실한 사회보장제도로 자리매김 하려면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원리보다는 사회적 연대정신을 살리고 국가의 책임성과 공공성이 더 강조되는 방향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요양보험제도가 피할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라면 복지현실을 충분히 파악하고 제도도입과정에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제도도입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재가노인복지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노인요양보험제도의 요양급여 항목을 살펴보면 보건, 의료 관련 행위에 관한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중점적 요양급여 범위에 속하는 요양 및 복지서비스에 필요한 행위항목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특히 재가노인복지서비스 이용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항목, 즉 말벗과 같은 정서적 복지서비스는 물론 청소, 세탁 등 IADL과 관련된 행위항목은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시안에서는 노인요양보험의 중요한 서비스 제공자 중 하나인 재가노인복지시설의 확충도 2003년 계획보다 축소하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개호보험을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예를 보면 개호보험수혜자들의 재가복지서비스 이용률이 약 74%로 나타난다.

이는 노인요양보험제도에서 재가노인복지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인요양보험제도의 제도적 정착을 위해선 시설복지뿐만 아니라 재가복지의 기반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재가복지의 적극적인 검토와 계획의 수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기존 재가노인복지서비스 수혜자 등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구축이 절실히 요청된다. 2002년 6월말 현재 재가노인복지서비스 이용자의 건강상태별 현황을 살펴보면 치매나 중풍 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가정봉사원파견시설이 14.3%, 주간보호시설이 58.4%, 단기보호시설이 56.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주관적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재가노인복지서비스 수혜자 중 77.9%가 요양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들이 비록 요양보험급여대상에서는 제외된다 할지라도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무의탁 노인으로 이들에 대한 보호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충분한 기반정비가 선행되어야

또한 재가노인복지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기존 재가노인복지시설이 요양보험체계에서 새로이 등장하는 기업형 시설과 경쟁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운영비는 물론 시설증개축비 및 기능보강비 등에 대한 특별지원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현재 재가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의 운영비 지원이 열악하여 노인복지법상 직원배치기준도 준수하지 못하고 있어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수가를 산출한다는 것은 무모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본적인 여건이 갖추어 진 연후에 보험수가를 산출해야 합리적, 실용적일 것이다. 나아가 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어 보험수가로 재가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려면 경제성을 고려하여 시설규모도 현재보다는 대폭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노인요양보험제도가 ‘보험료 부담은 있고 요양보호서비스는 없는 제도’로 국민의 불신은 물론 국민부담을 이중으로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시설에 대한 충분한 기반정비가 선행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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