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를 받고 90여분 뒤 자살한 청각장애인을 두고 담당경찰서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자살 전조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점도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3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청각장애인의 자살을 방기한 강남경찰청장을 상대로 차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조력인 배치여부 등의 경찰조사를 촉구했다.

지난 6일 오전 4시 55분께 강남경찰서 형사당직팀에서 폭행혐의로 조사받고 귀가한 청각장애인 정모 씨(남,21세)가 1시간 30여분 뒤 역삼동 한 공원에서 나무에 목을 매달아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씨는 2년제 전문대 정보통신학과를 졸업한 뒤 취업이 잘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으며, 2급 청각장애가 있었지만 보청기를 끼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가 취업문제 등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과정에서 강압적인 행위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측은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정 씨는 청각장애 2급의 중증장애인이었다”면서 “강남경찰서가 청각장애인의 특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통역인 및 조력인을 배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더욱이 그는 서울의 연고도 없었고 지인의 죽음으로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음을 경찰서가 인지를 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새벽에 귀한 것은 명백한 방기혐의에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지난 9일 청각장애인 자살사건을 항의하기 위해 강남경찰서를 방문해 관계자와 면담을 나누었다.

이날 경찰 측은 청각장애인의 특성을 인지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매뉴얼 등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의 죽음에 대한 방기에 대해서는 공식 사과를 요청 건은 아직도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효숙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

이들은 ▲조사 시 형사소송법상에 의한 신뢰관계동석자 배치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한 통역인 등 배치여부 ▲자살의 전조증상을 인지했음에도 귀가조치 시킨 것에 대한 귀책사유 ▲청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않은 차별 및 직무유기의 재발방지 등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우리는 인권위의 진정과정을 지켜보면서 장애인단체들과 연대해 다시는 경찰서에서 청각장애인이 자살을 방기하는 등 무지한 행동이 발생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과 공동으로 강남경찰청장 면담을 요청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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