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6월4일 지방선거의 핵심이슈는 ‘안전’이 되었다. 전국의 교육감 후보 또한 한 목소리로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며 안전 관련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고, 대구지역 후보들도 안전공약을 주요한 공약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는 사회적 민심이 세월호 참사로 쏠리자 민심을 얻기 위해 후보들이 안전에 대한 공약을 무분별하게 남발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교육청이 전국 최고 수준의 안전교육도시를 건설하겠다며,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14년 187억원인 교육안전 관련 예산을 향후 4년간(2015~2018) 매년 10% 이상 증액시키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책은 예산을 통해 반영되고 실현된다. 그래서 교육청이 제시한 2014년 187억원의 교육안전예산은 ① 시설관리(가스, 소방, 전기, 승강기 등) 57억원 ② 학생보건 35억원 ③ 학생 (성)폭력 예방 87억원 ④ 급식 안전 2억원 ⑤ 학생생활 안전 5억원 ⑥ 기타 안전 1억원이었다.

그런데, 교육청이 밝힌 교육안전예산은 지나치게 각 부서별로 산재되어 있고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있지 않으며, 제시된 예산 관련 자료조차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섣부른 발표보다 안전예산에 대한 예산분류 및 운용체계를 재점검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한데, 안전예산 기준도 명확하게 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여기저기서 다 끌어 모아 187억원이라고 시간에 쫓기 듯 확정 발표했다. 앞뒤가 뒤바뀐 접근방식이다.

더군다나 이 예산을 기준으로 교육안전예산을 매년 10%씩 증액시킨다고 하니 무엇을 어떻게 증액시킨다는 것인지 알 수도 없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전국 최고수준의 안전교육도시'를 만들겠다고 보도자료 타이틀을 잡아 대문짝만하게 발표했다. 그러나 안전문제를 갖고 전국 최고 수준 운운하는 것도 가당치 않을뿐더러 너도 나도 안전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지도 못하고 있다. 그냥 대구시교육청의 목표라는 식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대구시교육청이 재난․안전사고 관련 정책과 예산을 내부적으로 점검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새로운 내용도 아니고, 오히려  정치적 이슈에 편승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재난․안전사고 예산분류 기준도 없이 처음 내부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시급히 발표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굳이 이 시기에 성급히 발표한 것은 그래서 대단히 부적절해 보인다. 

이는 세월호 교훈을 잊은 채 대구시교육청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탁상대책을 되풀이하는 것이며, 급조대책을 내놨다는 의혹까지 살 수 있는 부분이다. 무엇이 안전예산인지 기준도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예산서에서도 찾기 힘든 예산을 부서별로 모아 선거를 앞둔 시점에 덜렁 발표하는 것은 선거용 땜질 대책이라는 의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교육청 예산서를 보고 첨부자료의 예산을 찾을 수 있는 대구시민은 아무도 없다. 교육청 공무원조차 몇 명이나 되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새롭게 마련될 필요가 있는 재난․안전 예산이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어서는 안된다. 기존의 예산편성 방식을 그대로 두고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안전도시’라고 쓰는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교육의 우선순위와 목표를 재구성하여 완전히 새로운 틀로 예산편성 기조를 바꾸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들에게 ‘안전’이란 이런 것이라고 분명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정책과 예산편성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런 정책적 효과를 낼 만큼의 예산계획을 갖고 있어야지 전년대비 몇 퍼센트 올리는 점증주의 방식으로는 ‘전국 최고 수준’ 운운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허구이다. 매년 10% 증액도 생색내는 것에 불과하다.

경고한다. 대구시교육청은 더 이상 급조한 대책을 발표하지 말라.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문제를 교육청이 종합적으로 발표하면서도 부실한 예산계획을 제시하는 것은 대구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안전정책을 수립하면서 안전불감증이 그대로 녹아 있다.

2014년 5월23일

우리복지시민연합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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