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은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선거 후보자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으므로 선거후보자는 점자 선거공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려 장애인 선거권 침해 및 차별적 판단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5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선거후보자가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선거공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내용을 활자 선거공보와 동일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장애인 단체가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공직선거법 제65조 제 4항에 따르면 ‘후보자는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선거공보 외에 시각장애인 선거인을 위한 선거공보 1종을 작성할 수 있다. 이 경우 제2항에 따른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에서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2012년 11월 19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선고공보 제공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해 후보자의 선택에 맡긴 점 ▲활자를 점자로 변환 시 통상 3배 이상의 분량이 필요함에도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로 제한한 점 등을 들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합헌 의견 5인, 위헌의견 4인으로 판결문을 통해 기각 처리했다.

합헌 의견에는 ▲선거공보물 이외에 방송 및 인터넷을 통해 후보자의 정보에 접근 가능한 점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에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위헌 의견으로는 ▲선거권과 선거의 공정성이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심판 대상 조항이 입법자의 재량영역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선거공보가 후보자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임에 반해 방송과 인터넷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선거권 행사에서 차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헌재의 판결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국민의 기본권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을 합헌결정 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라는 것은 국가의 의무를 태만히 방기하고 있는 것이며, 시각장애인 고유의 문자인 점자를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장애인의 기본권을 후퇴시키고 차별행위를 정당화 한 헌법재판소를 강력히 규탄하며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평등을 위한 중대한 기본권인 선거권에 있어서 여전히 장애인은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고 전했다.

한편 문제가 된 공직선거법의 조항은 이미 2005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평등권 침해를 확인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해당 결정에서, 시각장애인이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공받을 권리는‘헌법’과‘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라고 판단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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