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다쳐도 하소연 못하는 가사노동자들의 울분

전국가정관리사협회(이하 전가협)와 여성노동자회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제2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개최하고,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및 ILO 가사노동자 협약을 비준할 것을 촉구했다.

2011년 6월 16일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 100차 ILO(국제노동기구) 총회에서 가사노동자권리협약이 채택해 가사도우미, 보모, 운전사 등 전 세계 1억명의 가사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그 권리를 보호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현재 14개의 국가가 협약을 비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당시 이 협약 채택의 찬성했지만 아직까지 비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혜연 전가협 협회장

윤혜연 전가협회장은 설령 ILO가사노동자 협약이 비준된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의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조항을 삭제하지 않는다면 가사노동자의 노동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혜연 회장은 "60년 전에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은 사업장 또는 사업을 하는 곳에서 근무를 해야만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어서 문제가 많은 오래된 법 조항이다"며 "날로 증가하는 가사노동자의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받기 위해 각종 법을 개정하고 비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정부와 국회에서 법 개정이 힘들다면 민간기구와 함께 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는 전가협과 공동으로 진행한 가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총 797명 중 700명에 해당되는 87.8% 응답자는 가정관리사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또 가사노동이 '전문적인 노동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82.5%가 '그렇다'고 답해 가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돈을 받고 가사노동을 하는 자에 대해서 여전히 42.2%는 가사도우미, 9%는 아줌마·이모, 3.2%는 파출부, 2.4%는 가정부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주관식 문항에는 가사노동자를 행복지킴이, 선생님, 가정관리전문가, 여사님, 사모님, 누구엄마 등으로 부른다고 답해 호칭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현실에 따라 변화되고 있지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중 4명 정도가 현실에서 가정관리사라고 부르고 있었고, 일부는 가정관리사라는 호칭은 길어서 부르기 어려워 아예 부르지 않는다는 답변도 있었다.

여전히 민간 직업소 대부분이 파출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드라마 등에서 가정부라는 호칭을 공공연하게 사용하고 있어 가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미디어 매체의 역할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문자 상임대표는 "2011년 전 세계적으로 가사노동자가 파출소나 도우미가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로 선언을 한 바 있지만 사회의 인식 및 현실은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5년째 가정관리사로 일 하고 있는 심옥섭 전가연 인천지부장은 가사노동자 당사자로서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설토했다.

심옥섭 인천지부장은 "가사노동은 주어진 시간 내에 정해진 일을 마쳐야 하는 중노동이다 보니 무릎, 어깨, 손가락 관절들이 매우 아프지만 쉴 수 없다. 왜냐하면 아프다고 하루이틀 쉬게 되면 고객이 불편하다고 오지말라고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 번은 화장실에서 청소하다 세제 거품에 미끌어져 갈비뼈에 금이 간 적이 있지만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에 보장이 안 돼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하러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심 씨는 "인천지부의 대부분의 가사노동자는 여성가장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이들이 일을 구하지 못하고, 몸이 아프게 되면 한 가정이 살아갈 수 없는 것"이라며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서 있는 가사노동자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김현주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4시간 가사노동을 하는 경우, 처리해야 할 가사노동 가짓수는 총 29가지로 8분에 1가지씩 처리해야 하는 중노동이다.

또 가계소득 모두가 자신의 소득인 경우 71.8%는 아픈데도 일하고 있으며, 34.8%는 우울증에 걸렸고, 근골격계 증상 질환자는 63.0%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 74.4%의 점심시간은 20분 이내였으며, 식사장소도 차 안, 공원, 마트, 길거리에서 해결한다는 응답이 54.4%를 차지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편 IDWF(국제가사노동자연맹)의 사무총장 엘리자베스 탕은 ▲가사노동을 노동으로 인정 ▲가사노동자는 한국에 있는 다른 노동자들과 동일한 권리 향유 ▲ILO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 비준 등의 내용을 담은 축전을 전가협으로 보냈다.

주최 측은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ILO가사노동자 협약 비준 및 근로기준 법 등관련법률 개정 논의 ▲가사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 및 고용보험 우선적 시행 ▲가사노동의 공적 고용지원시스템 구축 등을 촉구했다.

전가협과 여성노동자회는 '오늘은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입니다. 가정관리사라 불러주세요'라는 글귀를 적은 약과 케이크를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