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중증장애인이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등급하락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8일 청운효자동사무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최근 서울 서대문구와 대구시에 발생한 장애등급 피해 사례 2건을 지적하며 장애등급피해자 긴급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2007년 전국적으로 시행돼 2011년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하지만 장애등급제한, 연령제한, 서비스 상한제한, 본인부담금 등 제도의 독소조항으로 자립생활지원은 고사하고 장애인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장애계 단체의 지적이다.

장애등급하락 피해자 안혜영 활동가

하지만 재심사 이후 뇌병변 1급에서 뇌병변 4급으로 하락해 제공받던 장애인콜택시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안 씨는 "장애등급심사센터 담당자들은 나에게 앉을 수 있을때까지 앉아보라 하고, 기어보라고 하는 행위를 시키고 이를 동영상으로 녹화했다. 나는 그들 앞에서 상체에 의지해 다리를 끌어 기어야 했다"고 회상하며 "그때 녹화한 동영상을 근거로 장애등급을 하락할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전했다.

안혜영 활동가는 모야모야병으로 5살 때부터 뇌병변 장애를 앓아왔고 지금은 오른팔을 제외한 왼팔과 양다리가 마비돼 전동휠체어를 타야만 이동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부모님의 품에서 자립하기 위해 서대문구햇살자활센터에서 활동가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안 씨는 "부모님과 친오빠의 도움을 받아 2시간동안 출근준비한다. 오후 출근일 때는 아침부터 부모님 손을 빌려 준비한 후 하릴없이 전동휠체어에 앉아 출근시간을 기다릴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안혜영 활동가는 가족으로부터 자립하기 위해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장애인연금을 받고자 했지만 이번 장애등급 하락으로 지원받지 못하게 됐다.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등급 1, 2등급으로 제한돼 있으며, 최중증장애인에게 월 최대 110시간, 이 중 독거장애인에 한해 월최대 360시간을 지원하고 있다.

또 장애인연금은 현재 1, 2급 및 중복 3급, 장애인콜택시는 1, 2급으로 제한하고 있다.

안 씨는 "장애등급 4급은 활동보조인, 장애인연금, 장애인콜택시 어느 것도 지원받을 수 없다. 지원받던 장애인콜택시도 보장받지 못하면 당장 출근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부모님이 살아계신 동안이라도 인간답게 자립생활 하고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장애등급 하락 피해자 김모 씨(34세, 남성, 대구시)는 2012년 5월 대구시 모 장애인단체로부터 장애등급이 부당하는 동영상제보를 받아 등급재심사를 받게됐고, 장애등급 1급에서 3급으로 하락됐다.

김모 씨는 장애등급 하락 전 활동지원 월 180시간과 장애인연금 월 17만원을 제공받았으나 현재는 경증장애수당 3만원만 지원받고 있다.

문제는 김 씨가 2012년 척추수술로 장애가 중해져 용변, 목욕 등 기본적인 생활을 도움 받아야 하지만, 활동지원, 장애인콜택시, 장애연연금 모두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김 씨는 지난해 말부터 주민센터로부터 파견받는 월 20여시간의 가사도우미에 의존해서 생활하고 있고, 지난 7일 주민센터에 긴급구제신청을 한 상태이다.

김광이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대표는 "정부는 입맛 따라 장애인을 경증과 중증으로 나누고, 중증장애인을 경증으로 몰아낸 후 장애인예산을 줄이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동사무소에 문의한 결과 복지카드 분실 시 장애등급재심사는 강제규정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최진영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오늘이 지난 4월 17일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에 화재로 사망한 송국현 씨의 생일이라며 납골당을 다녀왔다고 전했다.

최진영 소장은 "송국현 씨의 죽음에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전장연과의 면담에서 유감을 표하며, 장애인활동보조지원제도 3급까지 확대, 활동지원제도 24시간 보장을 약속했고, 이를 서면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면답변 공문을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장애등급심사센터 담당자들은 안혜영 씨를 두고 전동휠체어를 타는 이유는 비만 및 다른 이유 때문일 수 있다며 뇌병변장애로 인해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럼 나같이 마른 사람은 왜 전동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오지영 서대문햇살아래장활센터 활동가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유형 고려않은 일괄적인 제도로 개인맞춤형 복지제도를 역행하고 있다. 또 장애판정업무가 국민연금공단으로 옮겨진 후 장애 감수성이 결여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전장연은 ▲박근혜 대통령은 장애등급 피해자에 대한 긴급지원 대책 마련 ▲박근혜대통령은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대선공약을 이행 ▲보건복지부 문형표장관은 서면답변 약속 이행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요구안을 청와대로 전달하러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최 측을 막는 경찰과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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