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위안부에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미군 위안부가 국가의 방치가 아닌 관리의 대상이었으며, 미군과의 성매매가 조장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지촌여성인권연대와 미군위안부 피해자 122명은 25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한국 내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한국전쟁 이후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의 법적책임과 역사적 사실을 공론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군위안부 일부 원고들과 기지촌위안부 국가배상소송공동변호인단, 새움터, 한국여성단체연합이 함께했다.

미군 위안부는 1957년 이후 여성들이 인신매매나 소개업자 사기, 빚·가난으로 동원돼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에 이용됐으며, 이 중 미성년자도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1961년 한·미연석회의, 경기도 기안지, 1962년 한미친선위원회 등에서 미군 위안부행위의 허용과 성병검사 강화, 미국위안 특정지역 설정·관리, 윤락여성대책 등을 논의·설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진 변호사

기지촌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공동소송대리인단장을 맡고 있는 김진 변호사는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안보 등 정치적 목적 위해 기지촌을 조성하고 관리해 여성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김진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이같은 군 위안부제도로 여성들의 인권은 침해됐고, 국가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국가손배청구소송이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혹자는 기지촌 형성에 왜 국가가 책임을 지느냐 묻는다. 국가는 성매매를 방치한 것이 아니다"며 "군 위안소 설치부터 윤락행위방지법 제정과 특정지역을 설치해 기지촌 지역 내 성매매를 보장하고 관리해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는 미군 위안부 자체가 윤락행위방지법에 위반됨을 알면서도 식품위생법과 전염병예방법과 같은 편법을 동원해 특정지역이란 명칭으로 기지촌을 적극 형성했으며, 미군의 지지와 막대한 경제적 이윤까지 얻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파악된 미군 위안부들의 피해는 성폭력, 착취, 성매매 강요, 인신매매, 마약투여, 강제낙태, 업주·공무원 간의 유착 비리 등으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막론함이 밝혀졌다.

미군 위안부 피해자 겸 원고가 직접 참석해 피해 당시의 상황을 증언했다.

새움터의 원고 A 씨는 "우리는 일주일에 두 번은 병원이나 보건소로 강제성병검진을 받아야 했고, 낙검되면 수용소에서 감금치료를 받아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A 씨는 "또 한 달에 한 번은 애국교육이란 이름 하에 다 같이 모여 미군을 상대로 하는 정신교육까지 받았다. 우린 미군 범죄 예방법이 아닌 성병 예방법과 '미군과 싸우지 말라'는 교육만 받았다"고 토로했다.

안김정애 공동대표

그는 "우리는 마치 달러를 버는 기계처럼 일했지만 화대는 업주에게 모조리 착취당했고, 지금은 양색시라는 꼬리표를 달고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며 "많은 피해자들이 연로해 세상을 뜨고 있지만 장례비가 없어 쩔쩔매는 일이 발생한다"며 경제적 지원을 촉구했다.

또 다른 피해자 햇살센터의 원고 B 씨는 정신교육에서 '미군을 일본애들한테 뺏기지 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증언했다.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는 전세계 1000여개의 미군기지에서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강간, 인신매매 등을 공론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안김정애 대표는 "미군위안부 피해사실을 연극, 출판, 사진전 등 대국민 홍보를 예정 중에 있다"며 "미군위안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차옥경 사무처장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여성운동역사를 보면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높이고 삶을 드러냈을 때 가장 큰 성과가 있었다"며 "오늘이 바로 성과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소장은 기자회견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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