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에서 보건복지부가 6일 발표한 ‘아동·청소년 복지사업 집중분석’ 용역보고서를 분석하여 아동·청소년 복지사업의 기능별 대상별 시간별 중복이 심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어제 내놓았다.

특히 뉴스 제목이 ‘3개 부처 영역 싸움터 된 아동복지’로 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제목만으로도 눈살을 찌푸리며 선입견을 가질 것으로 보여 빠른 시간 내의 현장의 입장을 바로 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사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기사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 점이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

3개 부처의 싸움이란 말은 온당하지 않다.

방과후 돌봄과 관련 교육부의 독선과 학교 담을 넘을 수 있는 지역사회 돌봄 시설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사를 보면 마치 학교와 지역아동센터가 대등한 입장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아이뺏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는 민간에서 운영하며 지원도 열악한 반면,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자체의 예산과 행정 구조를 가지고 학교라는 막강한 조직을 활용해 시행하고 있는 학교 돌봄과 감히 경쟁을 한다는 일 자체가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학교 현장들은 ‘슈퍼 갑’이 되어 학교의 돌봄교실을 무한대로 확대하고 있다.

그 동안 방과후 돌봄에 관심도 없던 학교들이 대통령 국정과제라는 이유에 떠밀려 비정규 돌봄전담 인력들의 희생으로 ‘하라면 한다, 대신 학교에 예산을, 학교장에게 가 산점을!’이란 슬로건 아래 무차별적으로 돌봄 교실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지역사회 대표적인 돌봄 시설인 지역아동센터들은 학교의 돌봄 참여가 대한민국 아동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큰 폭의 양보를 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원칙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역아동센터가 제시한 원칙은 수요가 있으나 공급이 부족한 곳에 학교 돌봄이든 지역아동센터든 돌봄 시설과 인력을 마련하고, 이미 돌봄을 받고 있거나 제공하고 있는 곳은 효과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전체 돌봄의 질을 끌어올리자는 의견을 계속 피력해왔다.

그리고 이런 원칙 하에서 ‘범정부 방과후 돌봄 연계 정책’의 성공을 바라며 정책 단위에 현장의 참여와 매뉴얼 제작에 관련한 구체적 내용 제시 및 각 단위 돌봄 협의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정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 위해 애써왔던 것이다.

그러나 돌아온 결과는 참담할 뿐이다.

교육부는 복지부나 여가부와 원칙을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큰 틀에서의 정책 방향을 결정할 뿐이라며 현장의 혼란을 수수방관해왔다. 각 시도의 교육정책은 시도 교육청 소관이고, 각급 학교에서 돌봄 교실 등을 마련할 때에는 예산의 낭비 등이 없도록 기존의 돌봄을 수행해오던 지역아동센터 등과 협의를 하자는 돌봄 연계 매뉴얼의 원칙과 지역아동센터의 간절한 부탁을 일절 무시하고, 학교장의 교육권은 신성불가침 영역이므로 자신들도 어찌해볼 수 없다는 변명 아래 학교장이 하고 싶으면 돌봄 교실을 개설하는 무원칙한 행정을 지속하고 있다.

심지어 학교에서 일선 돌봄을 담당하고 있는 돌봄 담당 인력들이 나서서 토론회와 1인 시위 등을 벌이며 현재의 질 나쁜 이름만의 무상 돌봄은 개선되고 재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도 이조차 학교는 모르쇠이다. 대통령부터 교육부장관과 관료들 그리고 교육청과 학교장까지 일원화된 명령 체계들이 현장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학교 돌봄 교실 하는 거야”하고 결정만 내리면 그 다음부터 학교 돌봄 비정규직과 아이들, 인근의 지역아동센터 등 그 동안 어려운 여건에서 돌봄을 담당해왔던 돌봄 생태계가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깜깜이 행정으로 돌봄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공부방(지역아동센터)에 아이들을 보내 달라’고 지역아동센터 장들의 집단항의를 했다는 말로 마치 지역아동센터 센터장들이 완력이라도 사용하는 무례한 사람들처럼 묘사되고, 아이들을 빼앗아가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벌일 것 같은 부적절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그러면 이런 현실은 어떠한가? 만약 지방의 소규모 학교 옆의 한 지역아동센터가 학교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수년간 그 학교 아이들의 방과후 돌봄을 혼자 담당해왔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을 돌보고, 밥 먹이고, 숙제 지도하고, 밤이면 먼데 사는 아이들을 차에 태워 귀가지도까지 해가며 살뜰히 돌봐왔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학교의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이 오셔서 “그 동안 우리 애들 돌보느라 애썼지만 이제부터 우리가 예산을 받아 돌봄 교실을 할 테니 이제 우리 애들은 안 돌봐도 됩니다.

“하고 한 마디만 남기고 가서 다음부터 일정한 시간이 될 때까지 학교 교문을 걸어 잠그고 학교를 나갈 수도 들어갈 수도 없게 만드는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겠는가 말이다.

무슨 소설을 지어내는 소리냐고 할지 몰라도 이것은 실제 발생한 사건이다. 심지어 담임 교사가 집으로 전화를 해서 지역아동센터 다니지 말고 학교 돌봄 교실로 아이들을 보내라고 종용을 한 사례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녀본 사람, 그리고 지금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본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무소불위의 학교와 경쟁 못한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소관부처인 복지부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그 동안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 왔던 지역아동센터들의 입장을 교육부에 전달해 줄 것과 교육부에 ‘방과후 돌봄 연계 매뉴얼’이 학교 현장에 시행될 수 있도록 아동돌봄의 주무부처로서 역할해 달라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부처간 방과후 돌봄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복지와 돌봄사업의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오히려 교육부의 방과후 돌봄 정책에 힘없이 끌려간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어, 복지부에 소속된 소규모 민간 시설의 설움을 다시 한번 더 곱씹을 뿐이다. 그러니 학교와의 경쟁을 꿈조차 꿀 수 있겠는가?

출입조차 허락을 받아야 하고, 학교의 지시라면 거절하기 어렵다는 학부모와 아이들 앞에서 지역아동센터가 예산을 더 받아야 하니 ‘우리 센터를 이용하고, 우리 센터에 아이들을 보내 달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 될 수 없을 뿐더러 사실도 전혀 그렇지 않다.

지역아동센터가 지난 2년동안 지역사회 방과후 돌봄과 관련하여 요구해왔던 것은 되집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의 인권과 권리를 존중하고 선택권을 보장하라!

가정 상황등으로 인해 돌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야 하는 학교 돌봄은 과연 아동들의 자발적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가? 지난 수 십년 간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실천해온 지역아동센터 현장의 눈에는 학교 돌봄은 수용 그 자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동의 입장에서 질 높은 돌봄을 학교가 실천해 줄 것을 요구하여 왔다.

둘째,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이라는 원칙을 준수하라!

본 정책의 취지는 사각지대 아동의 발굴을 통해 더 많은 아동을 돌보는 것에 있다.

하지만, 학교는 초등돌봄을 교실 정책을 시작하며 전국 5,913개 초등학교 중 5,910개 초등학교에 1민702개 교실을 설치하였다. 짧은 시간 집중적인 예산을 투여하여 이루어낸 실적이다. 하지만, 이 실적은 현재 지역사회 방과후 돌봄 생태계 파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즉 선 공급 후 수요는 지역사회 아동을 놓고 경쟁 아닌 경쟁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셋째. 학교장이나 교사들의 가산점 쌓기에 돌봄 정책을 이용하지 마라!

오늘은 영어교실로 내일은 상담실로 모레는 돌봄교실로... 마치 철새처럼 공문 하나면 학교 건물에 수천만원 씩 들여 이렇게 바꾸었다 저렇게 바꾸었다 손쉽게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하고 수년 안에 쓸모없이 흐지부지 말아버리는 식의 예산낭비사업을 오로지 교원들의 실적을 위해 악용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공과는 학교장과 담당 부장교사들의 몫이 되고, 일선의 힘겨운 돌봄은 비정규 돌봄 인력들에게 내맡기는 비교육적인 처사는 당장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보여주기식 행정을 당장 중지하라!

교육부 관리부터 일선 학교장과 교사들까지 이번 대통령의 돌봄 공약을 반대한다는 은밀한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미루어 보아 학교 현장은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말못할 형편인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와중에 지역사회 돌봄 생태계는 소리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농어촌 지역아동센터가 문을 닫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문제의 최대 피해자는 지역사회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보여주기식 행정, 어쩔 수 없이 실행하는 행정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 한다.

전국 4061개 지역아동센터의 꿈은 지역사회 돌봄이 필요한 모든 아동을 위해 최선의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보고 싶다. 학교에서만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학교의 돌봄 예산은 막강하게 책정하고, 학교 교사들이 학교 돌봄을 신청을 아이들에게 요구하고, 학교 문을 걸어 잠그고 지역아동센터 차량 진입과 아이들 하교를 막는 일만 없다면 누가 정말 더 진정으로 돌봄에 적합한 시설과 사람들인지 한 번 겨루어보고 싶기도 하다. 경쟁을 하고 싶다.

라는 고백은 최소한 우리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뜻을 가지고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제대로 보일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갖길 원하는 절절한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학교장과 교원들 그리고 교육 관료들이 말하는 것처럼 돌봄 교실을 억지로 떠밀려 하는 것이라면, 사회적으로 학교 돌봄에 대한 우려가 높다면 지금이라도 돌봄 교실을 더 이상 확대하지 마라! 대신 지역아동센터를 신설하고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하라! 우리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아이들의 돌봄을 책임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각오로 임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들에게 기회를 달라! 우리는 그 어려움을 기꺼이 감당해온 역사와 노하우 그리고 열정이 있으니 말이다.

2014년 7월 8일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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