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서나 투표 가능하다던 사전투표 제도가 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공동으로 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중심으로 한 장애인 유권자 참정권 보장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사전투표와 본투표에서 드러난 장애인 참정권 침해 문제를 되짚어봤다.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박현 씨가 6.4지방선거에서 직접 겪은 사례를 발표했다.

박현 이음장애인자활센터 활동가(우)

박 씨는 “기표소는 주민센터 안이 아닌 민원인들이 오가는 1층 앞마당에 비치됐고, 폭이 좁아 전동휠체어를 타고 들어가면 넘어질 것 같았다”며 “최대한 들어가고자 했지만 기표소가 넘어질 것 같아 투표안내인이 나를 만류했다”고 전했다.

그는 “2층에 설치된 기표소로 올라가려 했지만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아 올라갈 수 없었고, 2층에서 직접 투표용지를 받고싶다는 나의 의견에 선관위 관계자는 ‘휠체어가 못 올라가는데 어떻게 하나?’고 되려 되물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박현 씨는 편의시설이 설치된 다른 투표소로 이동하기 위해 선관위에서 제공하는 교통편의 지원 차량을 타기위해 1시간 가량을 기다렸다. 하지만 도착한 차량은 리프트가 설치되지 않은 차량으로 결국 탑승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장추련이 선관위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4지방선거 본투표에서는 1층 투표소 설치율은 90.3%로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사전투표에서는 1층 투표소 설치율이 9.4%에 불과해 장애인들의 참정권 피해가 더욱 심각했다.

또 선관위가 공개한 6.4지방선거의 장애인편의시설 설치현황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3508개 중 절반을 뛰어넘는 2368~2406개의 투표소가 장애인의 접근이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편의시설 설치현황으로는 3508개소 중 장애인 통로 3150개, 장애인화장실 2954개, 점자유도블럭 2829개, 승강기 772개, 도움벨 400개, 휠체어 리프트 38개 순이었다.

장호동 장추련 활동가

장호동 활동가는 “선관위가 공간이 협소한 동주민센터에 사전투표소를 설치한 이유를 ‘통합선거인명부를 이용할 때 국가정보통신망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장 활동가는 “하지만 사전투표소 설치는 국가정보통신망의 통신장애를 대비해 선거전용통신망 또는 무선 통신망으로 전구간을 사설전용망으로 암호화 구성하는 방식의 보조통신망을 이용해 주민센터 이외 장소에도 설치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장 활동가는 선관위가 사용자 의견 미반영해 제작한 장애인용 신형기표대와 각양각색으로 설치되는 장애인용 기표대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이 조사관은 “과거에 비해 장애인 참정권 제한했던 부분이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선거제도 및 기술의 발전, 장애인당사자 및 사회일반의 의식향상 등으로 과거에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점들도 인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술적·제도적 연구, 다른 나라와의 비교법적 연구와 장애인이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으로 관련 정책 및 제도를 도입·개선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를 참여시켜야 효과적인 참정권 보장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만 선관위 조사관

또 거동불편자용 기표대 규격에 대해서는 향후 거동불편자 전용 기표대의 규격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조사관은 “이번 선거에서 제기된 문제 중심으로 제도적·행정적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실효적 개선방안 모색을 위해 장애인단체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선관위는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복지부 등록단체 및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추천 단체 등 24개의 장애인 단체를 선정해 의견수렴을 진행 중에 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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