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가정법원 가사7단독(판사 김진옥)은 원주 귀래 사랑의 집 피해자 측이 가해자 장 씨를 상대로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에 대해 ‘미신고장애인시설에서 무단으로 친자등록한 경우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시설 원장이자 가해자 장모 씨는 1960년대부터 선행을 가장해 장애인 수십명을 모집해 미신고 시설을 운영하며, 지적장애인 21명을 친자로 등록해 부모 행세를 했다.

하지만 2012년 한 방송사의 취재로 드러난 실상은 장애인의 팔에 인적사항을 문신으로 새기고, 구타, 노동력 착취, 방임 등으로 학대하는 한편, 거액의 국가보조금 및 후원금을 편취했다.

이러한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민간단체들은 피해자들을 장 씨의 학대상황에서 벗어나 피해는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문제는 장 씨가 가족관계등록부상 친자관계로 등록된 피해자들 간의 부자지간 및 친권을 주장하고 피해자들의 소재를 찾아나선 것이다.

이에 지난해 4월 원주귀래 사랑의집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법무대리 태평양을 각각 특별·소송 대리인으로 내세워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친자관계를 단절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김진옥 판사는 2일 판결문을 통해 “출생신고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입양의 요건을 갖췄다면 입양신고로서의 효력은 인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입양신고의 요건인 법정대리인의 대낙을 갖추지 못했고, 원고들이 이를 15세가 된 후에 추인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또 “형사재판에서 피고 장 씨가 장애인을 학대한 혐의로 유지판결을 받은만큼 원고들을 제대로 감호·양육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결국“원고와 피고 사이의 각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은 “이번 법원의 판결로 일부 미신고 장애인 시설의 운영자를 비롯해 선행을 가장해 장애인을 영리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이 장애인을 친자로 등록해 친권을 행사하려는 경우 친자등록은 무효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장애인 당사자의 명확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일방의 의사만으로 진행되는 친자등록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당국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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