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세기 폭스'를 비롯한 미국의 드라마 제작사들이 자사의 드라마에 한글자막을 입혀 배포한 네티즌들을 고소했다고 한다. 고소의 이유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한글자막을 입혀 2차 저작물을 만들어 냈으며, 이를 타인이 시청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자막 제작이 비영리로 이루어졌고, 자막버전을 통해 미국드라마에 대한 국내 시청자층을 확보하는데 기여했으며, 문화공유의 정신과 대치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어찌됐든 창작물의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자막을 입히고 타인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미국의 저작권법만이 아니라 국내의 저작권권법에도 위배되는 행위이다. 미국 드라마 제작업체들의 고소로 네티즌들은 접근권을 막았다는 것 보다는 관습적이고 문화적인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에 대한 충격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다르다. 미국드라마 업체들의 고소로 도서나 영상물 등 저작물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위축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장애인들의 충격과 우려가 크다.

장애인들의 방송접근 환경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등에서의 자막방송 방영비율은 극히 낮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이나 시각장애인을 취한 화면해설의 경우에도 지상파방송에서도 방송시간 대비 5~6%에 그치고 있다.

도서접근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출판물 5000만종 가운데 대체자료 보급률은 0.36%(문화체육관광부, 2013)정도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장애인용 도서를 만들고 있고, 점자도서관 등 장애인관련 기관에서에서도 점자, 자막, 음성, 수화 등의 도서를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도서나 영상물에 비추어 이러한 공적인 활동은 한계를 가진다. 이렇다보니 시각장애나 청가장애인들이 원하는 도서나 영상물을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려고 자발적으로 저작물을 녹음하고, 자막이나 수화통역 등을 입하는 작업을 하는 자발적인 활동들이 일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 드라마 제작업체들 같은 고소가 국내에서 진행되는 장애인의 저작물 접근권을 위한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더욱이 최근 한국정부가 서명한 WIPO(세계지식재산기구)의 ‘마라케시 조약(Marrakesh Treaty to Facilitate Access to Published Works for Persons Who Are Blind, Visually Impaired, or Otherwise Print Disabled)’이 국내에서 비준되면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강화될 수 있어 우려가 크다.

국내 저작권법은 장애인의 저작물에 접근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활동가들의 행위가 법에 위배되는 행위이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규제는 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마라케시 조약이 국내에 비준이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미국 드라마 제작업체들과 같은 고소가 일반 네티즌이 아니라 장애인이나 장애인을 돕는 활동가들에게 향할 수 있고, 해외 저작물만이 아니라 국내의 저작물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마라케시 조약의 국내 비준을 앞두고 국회나 정부는 조약비준의 의의보다는 장애인들의 실질적 접근권에 두어야 할 것이다. 마라케시 조약 비준 추진과 동시에 장애인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저작물에 접근할 수 있는 정책 마련도 진행돼야 한다. 장애인의 접근권 보호를 위해 공적영역을 비롯한 사적 영역에서의 저작물 접근통로도 마련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14년 7월 11일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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