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가 오늘날 이만큼 성장하기까지는 경쟁교육의 장점을 잘 활용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보았듯이 그 부작용이 너무 심대해져서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온 국민이 국가 개조를 부르짖고 있는 이때 우리 교육도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런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인성교육을 부르짖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무한 경쟁의 사회 현실과 생존과 직결되는 대학입시 앞에서 힘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우리가 수도 없이 보아왔듯이 교육된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지식은 범죄를 더 정교하게 하고 대형화시킨다. 경쟁교육은 필연적으로 인간성을 황폐화시키고 이기주의와 결과지상주의, 서열화, 차별화, 편법, 탈법 등등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한다.

누구도 이런 사회를 원하지 않으면서도 그 순간만 넘어가면 흐지부지되고 만다. 그렇다고 힘들게 살아가는 국민을 탓할 일은 아니고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늘 깨어 있어서 끝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리하고 조직화해서 정책적으로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산업혁명 이래 줄기차게 발전해온 세계 경제나 국가 경제도 이제는 한 걸음 늦추어서 파괴된 자연도 살리면서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 대안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내가 우선 잘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경쟁교육의 산물이라면, 남도 함께 잘 살아야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이 인성교육의 기본 정신이다.

인류 문명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연이 좀 훼손돼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경쟁교육의 자연관이라면, 발전이 느리더라도 자연을 보호하고 다른 야생동물들과도 공생해야 한다는 것이 인성교육의 자연관이다. 이제는 창의 인성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미증유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교육의 무게 중심을 인성교육 쪽으로 크게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오래 동안 고아원 관련 일을 맡아 하면서 인간의 무지가 얼마나 무서우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가슴 아프게 체험해 오고 있다가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더 한층 실감하게 되었고, 그것은 건강한 복지국가를 이룩하는 데도 밑바탕이 되며 경제적으로도 크나큰 이익이 된다는 것을 말해보고 싶었다.

무지가 빚어내는 비극적 사회 현상과 사회적 비용

① 세월호 참사와 무지의 사회적 비용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의 가슴속에 쓰나미 같은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 승객의 생명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승무원들이 승객들은 선실에 가만히 있어라 해놓고 자신들은 선장실에 모여 구조선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구조선이 도착하자 제일 먼저 탈출하여, 마치 세월호에는 더 이상 구조해야 할 탑승객이 없고 자신들이 마지막 생존자들인 것처럼 떠나버렸다.

세월호 선박직 승무원들의 이 같은 행동은 ‘이기주의’니 ‘생존본능’이니 하는 말로도 선뜻 수용하기가 어렵다. 인간에게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고, 수십 년간에 축적된 교육이 있고 또 직업윤리라는 것이 있는데, 15명이나 되는 선박직 승무원 중에 단 한 명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15명 전원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허겁지겁 빠져나간 것은 양심이니 직업윤리니 하는 것들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것은 무지다. 이 무지의 결과가 지금 천문학적인 경제 손실은 물론이거니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신적 공황 상태를 온 국민에게 던져주었다.

이 글에서는 선박직 승무원들만 예로 들었지만 이 사고에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부패의 고리들 하나하나가 대한민국 무지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봐야 할 것이다.

② 무지의 일상화와 미혼모 문제

우리 사회에는 세월호 못지않은 무지의 양상들이 비일비재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혼모 문제다. 언론에 보도되는 끔찍한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한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2013년 9월 13일에 열세 살 먹은 부산의 한 여중생이 자기 집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아 살해한 뒤 상자에 담아 멀리도 아닌 자기 집 베란다 창문을 열고 화단에 던져버렸다가 발각된 사건이 있었다. 이 학생은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어느 고교생과 성관계를 한 뒤 임신하였는데, 본인은 그것이 임신인 것도 모르고 살찌는 것으로 착각해 헐렁한 옷을 입고 지냈으며, 주변 사람들조차 살을 빼라고 조언하는 등 임신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학생은 경찰에서 "배가 아파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려는데 아이가 나왔다"며 "탯줄을 가위로 자른 뒤 아이가 울어 당황스럽고 부모에게 들킬 것이 겁나 아이를 죽였다"고 진술했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시 학생의 아버지는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지만 출산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고 학생이 화장실 안에서 탯줄을 자르기 위해 아버지에게 가위를 갖다달라고 부탁하여 아버지는 그 도구를 화장실 문 앞에 놓아주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여학생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고도 다음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학교에 등교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미혼모 얘기는 인터넷에 들어가면 너무도 많고 또 한결같이 끔찍하여 사례를 하나만 들었지만, 오늘날 미혼모 문제는 심각한 사회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이들도 분명히 교육을 받았을 것이고 보고들은 것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외계인 같은 무지를 보일 수 있는지 참으로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③ 한국 고아원의 현재 모습과 미혼모 문제

필자는 개인적으로 고아원과 관련된 일들을 오래 동안 하다 보니 고아원의 여러 안타까운 모습들을 많이 보았다. 예전의 고아들은 부모를 잃었거나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거나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되는 바람에 시설에 들어왔는데, 요즘은 시청이나 동사무소, 경찰서 등에서 주로 미혼모의 아이거나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버려지는 아이들을 많이 갖다 맡긴다. 대형마트 주차장, 지하철이나 고속버스 터미널 화장실, 주택가 골목길 등에 버려진 아기들에 대한 신고를 받고 수사를 하다가 부모를 찾을 수 없으면 결국 고아원에 맡겨지는 것이다.

이렇게 들어오는 아이들의 특징은 지능이 떨어지거나 학습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미혼모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였기 때문에 부모 모르게 약물로 아이를 유산시키려고 했거나, 출산 직후 가방에 담겨 위에서 말한 갖가지 장소들에 버려져서 발견되기까지의 차가운 온도와 부족한 산소 등으로 뇌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는 산모의 대부분은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며, 더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버려지는 아이들의 숫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고, 미혼모들의 나이도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복지시설로 들어온 아이는 모두 9천 4백여 명인데, 이 가운데 미혼모 아동이 42%를 차지하며, 지금도 매년 2천에서 2천 5백여 명의 아이들을 국내외로 입양시키고 있는데 이 중 92%가 미혼모의 자녀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이 아기들이 마주쳐야 할 험난한 인생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을까?

④ 무지의 대물림과 사회적 비용

고아 한 명이 생기는 것은 단순히 국가가 먹여 살려야 할 아동 하나가 더 늘어나는 것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필자의 경험으로 시설 출신들은 사랑을 받아본 일도, 가정생활의 여러 가지 예절과 문화를 경험한 일도 없었기 때문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서툴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일반 사람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가정생활이나 자식을 사랑하고 지도하는 방법도 부드럽지가 못하다.

그래서 일반 가정보다 부부 간의 갈등도 많고, 특히 자녀들과의 갈등이 많다. 자신의 기대치대로 노력을 안 해주기 때문에 여차하면 폭력을 행사한다. 자신이 폭력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특별한 죄의식도 없고,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당연히 맞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출하는 비율도 일반 가정보다 높다. 이렇게 해서 또 한 번의 결손 가정이 생기게 되고 무지도 대물림된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무지하면 자녀는 외부의 특별한 개입이 없는 한 부모의 무지를 그대로 답습한다. 비극의 악순환이다. 비행 청소년들의 가정이 대부분 결손 가정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한 명의 고아 발생이 가져오는 비극의 재생산과 사회적 비용의 규모를 미루어 알 수 있다. 사회복지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사회복지의 최대의 적은 무지임을 뼈저리게 느낄 때가 너무도 많다.

인성 교육이 진정한 복지 국가를 만든다

교육의 최대 장점은 그 어떤 심성도 180도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성교육은 기본적인 지능도 있어야 하고 개인의 타고나는 재능에 따라 학습의 개인차도 크게 나지만 인성교육은 본능을 다듬는 것이고 의식을 변화시키고 인간의 정신을 성숙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지능의 차이, 재능의 차이 등을 따지지 않아도 되고, 학습 자체를 싫어하는 아이도 없고 또 어릴수록 학습의 효과도 크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세월호 참사나 미혼모 문제들도 인성교육만 잘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들임을 생각해 보면,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고 사회적 비용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한 생명체의 비극적인 운명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성교육의 성공이 곧 사회복지의 성공이고, 최고의 복지국가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사회복지의 분야에서 일해 본 사람이라면 최고의 복지는 국민의 정신이 성숙해지는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옛날부터 가난은 나라님도 어쩌지 못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국가가 가난을 구제해준다. 꿈같은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혜택을 받는 사람이나, 세금으로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사람이나 별로 행복해 하지를 않는다. 사회복지의 현실적 토대가 건강치 못함을 알 수 있다. 수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세납자들은 너무 많이 걷는다고 불평이다.

그러나 인성교육이 정착되면 국민의 평균 의식이 성숙돼 있기 때문에 세납자들은 불평을 하기보다 자신이 수혜자가 아님에 감사해 하고, 앞으로는 세금을 내면서 뒤로는 기부를 생활화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과거에는 지성교육이 국가의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인성교육이 국가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 ceo들이나 국가를 관리하고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은 경쟁교육의 세대들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이런 마인드를 받아들이기보다는 ‘한 명의 천재가 십만을 먹여 살린다.’는 믿음을 더 크게 갖고 있는 것 같고, 인재 키우기에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말은 맞는 말이지만 그 천재가 잘못된 인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유병언 회장의 마인드를 보면 참고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가나 기업의 당면 현실을 볼 때 당연히 인재도 키워야겠지만, 교육의 무게 중심만큼은 인성교육 쪽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인재 양성이 현실적인 식량을 공급하는 것이라면, 인성교육은 고기 잡는 방법을 온 국민에게 가르쳐주는 것과 같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교육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병점고등학교 교사 이태근

kdlxorms@hanmail.net

박선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