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꽃동네에 거주하던 탈시설 장애인모임과 장애인단체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는 농성에 이어 국제청원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황은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우리나라를 공식방문 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을 주례하고 대전교구에서 개최하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다.

교황은 방한 일정 중 셋째날인 16일 오후에 대규모 장애인생활시설인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을 예정이다.

이런 교황의 꽃동네 방문에 꽃동네에서 십수년 이상을 지역사회와 격리된 채 생활하다가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교황의 꽃동네 방문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는 이유는 꽃동네가 국고보조금 횡령과 더불어 장애인의 자립을 억압하는 시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장애인을 격리하고 억압하는 장애인생활시설 꽃동네를 방문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시설 밖으로 나오기를 열망하는 수많은 장애인들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모임에 따르면 꽃동네는 설립된 지 38년째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장애인생활시설로, 사회복지 자본이자 사유화된 형태의 거대 종교시설이기도 하다.

꽃동네의 운영주체인 (재)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 이사장인 오웅진 신부가 자신과 친인척, 그리고 수도자들의 명의로 전국 각지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만 400만평이 넘는 상황이며, 음성과 가평의 두 곳 꽃동네에 지원되고 있는 정부 예산만 연간 380억여 원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혈세와 80만 명에 이르는 후원자들의 후원금 및 신도들의 성금으로 구축된 이 대규모 수용시설에서 수많은 장애인들은 지역사회와 격리된 채 살아왔고 현재도 살아가고 있으며, 그렇게 살아가다 생을 마감하고 있다.

오웅진 신부는 이렇게 자신만의 왕국을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이미 2003년에 부동산실명제 위반, 업무상 횡령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된 바 있다. 지난해에도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이러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오웅진 신부는 꽃동네를 배경으로 막대한 권력과 인맥을 구축해 2013년 8월 2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으로 면담한 바 있다.

꽃동네에 거주하던 탈시설 장애인모임과 장애인단체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는 이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5월 22일 주한교황청대사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꽃동네 방문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날 꽃동네 거주하다 탈시설해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배덕민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서울협회 회장은 “꽃동네는 폐쇄적이고 모든 인권이 유린당하는 곳이고 또한 오웅진 신부 개인의 부정축재 의혹이 있는 곳인데 이런 곳을 방문한다는 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 회장은 “최근 꽃동네에서 탈시설한 지인이 하는 말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한다. 한방에 최소 8명에서 최대 12명까지 몰아넣고 있다. 방문객들이 오면 신기하게 무슨 창경원에 원숭이 구경하듯 보고, 사생활도 보장되지 않고, 인권은 유린당하고,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없다”고 분노했다.

그는 “보통 종교를 앞세워서 하는 말이 자유, 평등, 인권, 박애, 사랑 등등이다. 반면 꽃동네에서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다'라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폭로했다.

또 “그럼 꽃동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분들은 다 거지냐. 개인마다 인권이 있고, 자유도 있다. 그렇지만 꽃동네는 지역사회 복귀라는 탈시설화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배 회장은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라던 꽃동네가 얻어먹는 것을 넘어서 이제 도와주는 사람 위에 군림해 모든 것을 차지하려 하고 있는 것이 꽃동네의 본질적 문제”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다시한번 폐쇄적이고 인권이 유린당하는 꽃동네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진실을 알고, 가톨릭의 지도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꽃동네 방문을 취소하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6월 10일에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 ‘꽃동네가 아닌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하는 광화문역 농성장 방문 요구’를 적어 교황청에 우편발송을 했다.

꽃동네 방문에 대한 논란이 일자 천주교 청주교구장인 장봉훈 주교는 7월 6일 ‘교황님 꽃동네 방문의 의미’라는 주보 글을 통해 ‘교황님의 꽃동네 방문은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한 배려’라 하면서도 검찰에 고발된 사실에 대해서는 ‘일부 사람의 오해와 편견, 이권 때문에 온갖 비리와 부정의 온상으로 부각돼’라면서 논란을 회피했다.

이렇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는 꽃동네 거주 탈시설 장애인 모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공동으로 8월 6일에 명동성당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꽃동네 방문 반대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교황은 취임 이후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로 많은 이들의 찬사와 존경을 받아왔다. 그런 교황이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인간다운 삶을 억압하는 장애인수용시설을 방문해 인류애와 인권을 이야기하며 오웅진 신부의 두 손을 맞잡는 것은 지금도 시설 밖으로 나오기를 열망하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왜곡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역 사회의 막대한 자원과 공적인 자금은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위해 쓰여야 하며 꽃동네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해 해체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꽃동네 방문을 지금이라도 취소하고 이러한 대규모 장애인수용시설의 해체와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를 옹호하고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www.avaaz.org0에서 ‘교황청: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애인을 가두고 격리하는 대규모수용시설인 꽃동네에 방문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으로 1만명을 목표로 국제 청원 서명을 받고 있다.

김인수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