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단체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UN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장애인자립생활을 위한 방향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은 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주장했다.

꽃동네 거주 당사자 김홍기

이날 기자회견에는 꽃동네에서 25년간 거주하다 탈시설한 김홍기 씨가 직접 참석해 당사자 발언을 했다.

김 씨는 "교황이 꽃동네를 방문한다면 꽃동네는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을 받아 규모가 커질 것이다. 그렇게 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꽃동네에서 25년간 거주할 때는 바깥 생활에 대해 무지해서 탈시설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탈시설해서 2년6개월간 지역사회에서 살아보니 탈시설의 의미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김광이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대표

김광이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7조에는 장애인은 자기결정권과 자기선택권을 가지고 있다고 명시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뜻하고 있다. 하지만 꽃동네 및 다른 장애인시설은 이러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침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심지어 이를 지켜보는 일부 사람들은 '지역사회에서 쫓겨나 죽을 뻔한 장애인들을 먹여주고 재워줬는데 배가 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인식이 교황의 방문을 중심으로 그간 쌓아온 장애인의 인권 및 자존감을 무위로 돌릴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은 그가 말한 '인간의 존엄성을 찾으려거든 거리로 나와라'의 메시지를 모순하는 것"이라며 "교황의 메시지에 따라 장애인들도 거리로 나올 수 있도록 방문 취소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전장연 측은 로마 교황청과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이같은 단체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아직 아무런 공식적인 답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장애연대 사무총장 배융호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애인대규모수용시설의 방문이 아니라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600일동안 농성하고 있는 광화문 광장을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사무처장은 "한국의 현실은 장애인같은 소수자의 인권을 더욱 경시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교황의 장애인시설 방문은 장애인들의 시설거주를 정당화하고 동시에 전세계가 추구하는 탈시설을 역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명숙 씨는 "오늘 제출하는 진정서를 통해 인권위 측은 교황 방문에 대해 어떻게 왈가왈부 할 수 있겠냐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입각해 교황의 꽃동네 방문은 장애인의 권리를 역행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제고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의견표명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올해는 장애인권리협약 가입 후 첫 심의가 있는 연도라 인권위도 한국의 장애인시설과 장애인들의 차별 및 억압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권을 이야기하는 전문기관인 인권위가 권력에 눈치보지 않고 최소한의 입장표명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장연과 마실은 기자회견 이후 로마 교황청과 교황방한준비위원회를 상대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 취소를 위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또 이들은 남대문 경찰서장을 상대로 경찰 폭력과 관련해 인권침해 진정서를 별도로 제출했다.

이는 앞서 6일 명동성당 앞에서 전장연이 염수경 추기경에게 교황의 꽃동네 방문 취소를 요구하는 서한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제지로 전달하지 못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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