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단체가 비행기 내에서 안내방송을 수화 또는 문자로 안내하지 않는 것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이동권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청각장애인이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외 노선 항공사와 국토교통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들을 상대로 인권위에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주최 측은 “청각장애인의 이동은 물리적인 공간의 이동만이 아니라 이동에 필요한 정보와 의사소통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동수단에서 청각장애인들에게 정보와 의사소통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차별 진정인 중 한 명인 청각장애 2급인 A 씨는 제주도나 해외에 친구와 친척이 거주하고 있어 1년에 10차례 이상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나는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할 때 수화와 문자 혹은 필담을 사용한다”며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이용할 때 하차안내 문자가 없으면 항상 긴장을 한다. 낯선 곳에 갈 때는 긴장을 하는 정도가 심해 식은 땀이 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비행기를 탈 때 역시 항상 긴장을 하게 된다. 타고 내리는 것이야 문제가 없지만 소통이 안 돼서 비행기 내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 때문”이라며 진정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나도 엄연한 대한민국의 한 사람이자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의 한 사람으로서 비행기 내의 소리나 안내방송을 문자나 수화로 파악하고 편하게 이동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승객이 청각장애인임을 인지한 경우 항공사 관계자 1인이 기내까지 동행 안내해 주고 기내 내에서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답으로 안내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에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A 씨가 차별을 받았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사와 이동약자편의증진법, 장차법에 의해 관리·감독하지 않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차별 진정했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근거로 장애인이동권보장을 위한 모니터링단을 구성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이번 차별진정에 대한 지지발언을 전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사무국장

박김영희 국장은 “청각장애인조차 지끔껏 이동권이란 휠체어장애인의 이동권만 얘기하는 거라 생각하고 불편을 감수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장추련은 장애인정보문화누리와 함께 항공사들의 입장과 태도를 지켜보고 청각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관계자는 “앞으로 이러한 문제를 바꾸어 나가고자 몇 차례에 걸쳐 차별 진정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그 첫 번째 활동인 이번 진정을 계기로 항공사들은 기내에서 장애인의 특성을 인지하는 안내인을 배치하고 기내 안내방송에서 자막과 수화통역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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