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중세의 어느 시대도 아니고 현실에서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를 주는 일들이 너무나도 당연스레 벌어지고 있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최근 한 방송을 통해 섬에 갇혀 살던 노예청년의 모습이 방영됐다.

얼마 전 노예할아버지 사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던 일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엔 33세의 젊은 청년인 이 씨(氏)가 섬에 갇힌 채 중세시대 노예의 모습 그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항구에 놀러 나갔다 인신매매를 당해 하루 14시간의 고된 노역을 하고도 임금은 고사하고 밥 한 공기, 김치 몇 점으로 끼니를 때우며 물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는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더욱 경악할 사실은 정신지체 2급 판정을 받고, 장애수당 수급자인 그의 돈을 주인이 통장과 도장을 관리하며 자신의 사비로 써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10여년 동안 겨우 모은 비상금은 22000원이 전부였으며, 그 돈 또한 오랜만에 만난 동생에게 만원을 건네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특히나 이씨와 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이 아니며, 부근 섬마다 살고 있다는 소식은 이것이 도대체 어느 나라의 이야기인가 싶은 생각을 갖게 할 정도였다. 그들 대부분은 이씨처럼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서울역이나 다른 지역에서 인신매매로 끌려와 힘든 노역을 당하고 있었다. 

그들의 장애로 인해 받게 되는 수당 또한 본인이 사용하는 것이 아닌 주인(?)들의 몫으로 돌아가 이중의 착취를 당하고 있었다. 장애수당을 관리하는 관할 구청에서는 "정신지체, 혹은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어 보호자가 대신 수당을 신청하거나 받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는 말이 전부였다.

그들은 제대로 된 조사한번 없이 고스란히 정부에서 지급되는 수당을 본인에게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관할청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줬다면 현대판 노예 상황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 착취를 당한 그들은 오히려 인터뷰 도중 "배우지 못하고 알지 못해 이런 대우를 받는다"며 자신을 원망하기만 했다. 차디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반평생을 살았어도 수중에 몇 푼의 돈밖에 지닐 수가 없었던 불쌍한 사람들...

장애인 착취의 경우, 대부분 제보자가 없으면 사례가 적발되지 않기 때문에 관할 행정당국의 깊은 관심이 당연히 필요하며, 피해자의 지능이 낮은 경우가 많아 구체적인 정황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가해자는 미약한 처벌을 받는 현실 속의 법체제도 이런 사건 발단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이씨의 고용주는 폭행 혐의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데 그쳤고, 김씨의 이웃 박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따라서 장애인의 특성을 악용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장애인인권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모자란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사람들이 결코 현재 우리 눈앞에 보여지는 몇몇 사람들만은 아닐 것이며 그들이 느끼는 고통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의 선을 벗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자신의 의사와 달리 갇혀 지내며 자유를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생활하고 있을수도 있다.

인권에 사각지대에서 도움을 청할 능력조차도 갖지 못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관할 구청의 관리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취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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