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작년은 수출 2500억달러 사상최대, 무역수지 흑자 300억달러 재작년의 2배, 3/4분기까지의 경제성장률 4.7%로서 좋은 거시경제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728만원 대 53만원’로 표현되는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월평균 소득격차, 전국 10가구 중 3 가구의 적자, 가구당 빚 평균 3,000만원으로 사상최대, 빈곤층(차상위 포함, 복지부) 5백만명, 기초생활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 생존의 벼랑 끝에 방치된 차하위계층 250만명(복지부), 비정규직 800만명, 80만 실업자, 청년 실질실업률 10%대 육박, 신용불량자 380만…
이와 같은 흉흉한 서민생활 관련 지표들은 발표될 때마다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IMF 때보다 국민연금체납자수 11.9배, 서울시의 거리노숙인 수 2배, 전기요금 연체가구 1.5배, 건강보험 체납자 2.3배나 더 높다. 이렇듯 빈곤문제가 심각해진 원인은 경기순환론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정부의 정책실패이다. 최초의 정책실패는 4백만이나 되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가계신용정책이었는데, 신용불량사태로 인한 저소득층가계의 재정파탄이 초래할 내수경기 침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있다면 정부는 당연히 빚의 감면·탕감과 일자리 창출정책을 통하여 경기부양에 나서야만 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부양책은커녕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고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았고, 과외근절을 시킨다면서 학습지 교사들의 일자리를 줄였으며, 방카슈랑스를 시행한다면서 보험아줌마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내수경기 죽이기 정책을 연달아 내놓는가 하면,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서비스산업을 꽁꽁 얼어 붙였다. 그러자 저소득층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자영업 부문과 한계선상에 있던 중소기업마저 파산으로 내몰렸으며, 이들에게 대출한 금융기관마저 부실화되는 줄초상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의 시장개입 정책은 외과의사의 수술에 비유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신용불량으로 인한 구매력 저하라는 암을 앓고 있었는데, 정부는 시급한 암 치료는 뒤로 미룬 채, 추가로 체력(구매력)을 저하시킬 수술들을 연달아 시도했다. 설령 정부가 분배정의의 실현과 도덕을 바로 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수술을 시도했더라도, 그 후유증으로 인해 경제시스템의 상당한 출혈이 예상될 때는 당연히 정확한 지표들로써 현황을 모니터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수혈을 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빈곤영향평가도 없이 마치 선무당 사람 잡듯이 아무런 수혈을 하지 않은 채, 수술을 여기저기 해댔다. 대구에서 아이가 굶어 죽은 후 장롱 속에 닷새 동안이나 방치되었던 사건은 정부의 마구잡이식 수술이 초래한 실업이 낳은 비극적인 사례이다.
만약 정부가 분배정의를 위하여 그런 정책들을 시행했다고 한다면 누구를 위한 분배정의인가라고 묻고 싶다. 정부의 투기잡기 정책에 복부인들은 잠수한 후 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노동자는 죽어간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가? 정권의 지지기반인 서민·빈민층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런 정책들을 시리즈로 내놨다면 바보정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내수경기 부양 대책으로  근로자 소득세 인하, 사치품의 특소세 폐지, 자영업자의 소득세 감면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소득보장정책은 눈을 씻고 봐도 없고 오히려 최저생계비를 낮게 설정하고, 빈곤층양산이 불을 보듯이 뻔한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내놓는가하면 복지재정분권화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예산이 삭감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지역이 강원도로서 작년에 비해 감소폭이 29.9%나 된다.
복지는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구매력 저하로 인한 경기침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한국경제 상황 아래서의 복지확대는 바로 경기부양책이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데, 그 증거가 LG경제연구원이 2005명의 국민들에게 경기활성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단기대책을 물어본 바, 40.7%가 저소득층 지원확대라고 응답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인이 지하철에 불을 지르는 아찔한 사건을 겪은 후에도 정부는 ‘긴급보호제도의 실시’와 같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재탕 삼탕해서 발표하는 빈민을 우롱하는 정책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서 발표할뿐 아직 이렇다할 저소득층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IMF 직후에 김대중 정부는 한시생계보호제도를 도입하였으며, 1999년에는 연간 150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공공근로제도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2004년의 사회적 일자리는 고작 2만9천개에 불과하였는데, 이것마저 연말로 지원이 끝났다. 원로들도 빈민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의 실시를 건의했다. 정부는 원로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겨울 추위가 더 맹위를 더 떨치기 전에 한시생계보호제도를 부활시키고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본지 객원 논설위원>

 

오윤경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